[2] 사랑디스크
初心
수ㄱi
2020. 2. 14. 15:18
初心
- 임은숙
그런 날이 있다
땅콩 몇 알과 맥주 한 잔 앞에 놓고
홀로 낯선 시간 속을 헤맬 때가 있다
생소한 그림 한 폭을 방불케 하는
멀어져간 시간 속에서
나를 닮은 그림자 하나가 움직이고
무표정한 나의 눈길은 타인처럼 그것을 쫓고...
내 것이라는 美名안에 십자가처럼 쌓인 수많은 구속
종내는 목마른 탈출을 꾀하고
서로의 심장을 겨냥한 가시 돋친 낱말들은
반복되는 아픔을 불러왔다
初心은 어디다 버려두고 무엇을 쫓아 예까지 뛰어왔던가
긴 세월 나를 스쳐간 시간만큼
하나씩 사라져간 사랑이니 영원이니 하는 것들
보듬으려 할수록 뒤로 물러서는 너의 몸짓과
들여다보려 할수록 알길 없는 너의 마음은
두 사람의 하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언젠가 퍼부을 큰비를 예고하고 있다
그 옛날 나의 반을 갈라 너에게 주었던 빈 공간에 바람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