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10. 어깨의 존재가치

수ㄱi 2021. 9. 22. 20:42

 

 

어깨의 존재가치

........................................ 임은숙

이 세상에 내 어깨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도 있음을 미처 몰랐습니다

내가 힘들 때는

누군가의 든든한 어깨를 그토록 갈망하면서도

정작 내 어깨의 존재가치는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소탈하고 명랑한 그에게는 애초부터

고민이나 우울 따위가 없는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나를 향해 해바라기미소를 짓는

봄 같은 사람이었기에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짙은 어둠속을 방황하는 그를 보게 되었고

그제야 나의 팔이 너무도 짧다는 것을

습관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를 감싸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나를 보았습니다

따뜻한 미소 뒤에 감춰진

그늘은 보지도 못하고

작은 서운함에 앵돌아져서

그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앙금처럼 남아있는 서운함으로

힘들어하는 바보가 여기 있습니다

버려야 할 옹졸함과 욕심을 묻어버릴 수 있게

이런 날

하얀 눈이라도 펑펑 퍼부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