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3. 3월의 밤, 눈이 내렸다
수ㄱi
2021. 11. 19. 11:12
3월의 밤, 눈이 내렸다
.............................................. 임은숙
봄눈이었다
해질녘부터 푸슬푸슬 날리기 시작한 눈에
초저녁 거리는 어느 사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버스 역으로 향하는 15분이
다른 때와 달리 길고 길었다
털고 털어도 자꾸만 어깨에 내려앉는
눈송이가 반갑지 않았다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버스 역을 서성거렸던 것 같다
이어폰에서 음악이 끊기며 벨소리가 울렸다
눈 내리는 밤거리가
거짓말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랬다, 조금 우울했던 것 같다
너의 중심에 서있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고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더 힘들었다
통화가 끝나고 바보처럼 실실거렸다
사랑을 알고 배려를 알고
참사랑에 임하는 너를 생각하며 밤새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