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14. 풀
수ㄱi
2022. 11. 3. 11:13
풀
- 임은숙
사람들은 나를 풀이라 부른다
꽃이 아닌 풀이라 부른다
흔한 모양새에
향기라 할 것도 없는 그냥 풋풋한 냄새
어쩌면 풀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풀이라 불린 세월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제 이름도 까맣게 잊은 채
풀의 삶을 산다
꽃이면 어떻고
풀인들 어떠리
어차피 때 되면 시드는 법
눈부신 태양 아래
바람과의 담소로 아름다운 날들이
내겐 행복이다
풀이라 불리며
꽃이 아닌 풀이라 불리며
오늘을 사는
나는 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