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ㄱi 2020. 2. 13. 12:38


 

           - 임은숙

 

 

비가 퍼붓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다시 바람이 차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어쩌다 문득 그곳을 거닐 때

여전히 뭔가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았다

코를 실룩거리며 짐승처럼

익숙한 냄새를 찾아 헤매는

나를 보았다

 

분명 이곳인데

하얀 바탕 검정무늬의 우산이 그려지고

그 속에서 주고받던 정다운 눈빛이 떠오르고

잡았던 두 손의 온기가 느껴진다

 

영원토록

지워지지 않을 순간의 낙인

 

짧은 만남

긴 아쉬움이

 

비에 젖고

바람에 흩어지고

다시 하얀 눈 속에 묻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