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ㄱi 2023. 9. 12. 20:24

 

 

숙명

 

                    - 임은숙

 

 

굳이...

굳이 사랑이라는 말로

그대와 나를 이어놓지 않으렵니다

 

서로의 눈길이

허공에서 불꽃 튀며 부딪치던

그 순간의 황홀함에 만족하며

굳이 그대와 나 사이를

사랑이라는 말로 이어놓지 않으렵니다

 

굳이...

굳이 연분이라는 말로

그대와 나를 연결하지 않으렵니다

 

오늘 만나 내일 헤어지는,

가을날 낙엽만큼이나 흔한 만남 속에서

그대를 스치는 바람이라 이름하고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의 촉감에 감격하며

굳이 그대와 나 사이를

연분이라는 말로 연결하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