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몰라
수ㄱi
2024. 1. 31. 11:56
몰라
- 임은숙
언젠가는
너의 깊은 눈망울과
그 눈빛에 담긴 진실을 떠올리며
어쩌면 이 순간의 감정 역시 일종의 사랑이었음에
눈시울을 붉힐지도 몰라
바람 부는 들판을 홀로 걸으며
네가 내게 했던 말들과
그 말 속에 감춰진 서운함을 떠올리며
단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죄책감에
한참을 흐느낄지도 몰라
나의 슬픔
모두 너의 것이었음을
나의 등은
항상 너를 향해 있었음을
세월이 남기고 간
너의 긴 그림자
한겨울의 텅 빈 거리를 서성이는데
정작 곁에 없는 너로 하여
멀어져간 기억에 울어버릴지도 몰라
오늘이
옛날로 되는 어느 날엔가
쓸쓸히 너의 이름 부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