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ㄱi 2024. 1. 31. 11:56

 

 

몰라

 

            - 임은숙

 

 

언젠가는

너의 깊은 눈망울과

그 눈빛에 담긴 진실을 떠올리며

어쩌면 이 순간의 감정 역시 일종의 사랑이었음에

눈시울을 붉힐지도 몰라

바람 부는 들판을 홀로 걸으며

네가 내게 했던 말들과

그 말 속에 감춰진 서운함을 떠올리며

단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죄책감에

한참을 흐느낄지도 몰라

 

나의 슬픔

모두 너의 것이었음을

나의 등은

항상 너를 향해 있었음을

 

세월이 남기고 간

너의 긴 그림자

한겨울의 텅 빈 거리를 서성이는데

정작 곁에 없는 너로 하여

멀어져간 기억에 울어버릴지도 몰라

 

오늘이

옛날로 되는 어느 날엔가

쓸쓸히 너의 이름 부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