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슬픈 재회

수ㄱi 2024. 3. 12. 13:36

 

 

슬픈 재회

 

                 - 임은숙

 

 

낡은 노트의

오래된 기록처럼

일말의 온기마저 남아있지 않는

서먹한 눈빛에

간신히 이어지던 대화가 뚝 끊기고

 

넓은 테이블이 벌려놓은

두 사람의 거리 심히 낯설다

 

흩어진 언약들 애써 긁어모아도

도저히 그려지지 않는 옛 풍경은

같은 시간을 뜨겁게 뛰어온 사실조차 의심케 했다

 

너와 나

우리였던 적이 있던가

 

시간 저편으로 밀려난

메마른 추억이

어두운 창에 바람처럼 매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