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기억의 간이역

수ㄱi 2025. 5. 3. 21:56

 

 

기억의 간이역

 

                      - 임은숙

 

 

벚꽃이

간밤 빗줄기에 시달리다

도로 위에 흩뿌려져

슬픈 풍경화가 되던 날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부정에 부정을 거듭해도

여직 놓지 못한 뜨거운 이름 석 자

 

바보처럼

눈시울이 젖어든다

 

짧은 만남에 잇따르는

긴 방황의 시간들이

아직도 내 안에 젖어서 남아있음을

기억 속의 그대는 아시는지

 

같은 하늘아래

같은 계절을 가고 있는

눈 먼 바람 같은 우리가

어느 날 문득

운명처럼 다시 부딪친다면

꽃 피는 계절에

꽃 지는 일은 없겠지

 

여린 꽃잎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옮겨놓는 걸음걸음이

심히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