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지금 여기서
수ㄱi
2025. 5. 4. 22:57
지금 여기서
- 임은숙
열아홉일 때까지
시간의 흐름에 둔했다
스물일 때는
벌써 스무 살이네
웃다가
왠지 서글퍼져서
정처 없이 밤거리를 헤맸다
언뜻언뜻 스치는
차창너머 풍경 같은
이삼십 대를 지나고
웃는 날보다 지치고 아픈 날이 많던
사십대를 지나
인생중턱에 섰다
세월 잠깐이었다
시간의 나이테에
덕지덕지 엉켜 붙은 숫자들이 청승맞지만
저 멀리 노을 속에
붉은 내 그림자 세우기까지
한참이나 남아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여기서 다시 시작한다
육칠십일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 여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