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7. 가지마! 내 그리움아

by 수ㄱi 2021. 10. 6.

 

가지마! 내 그리움아

......................................................... 임은숙

오늘은 뭔가 좀 해야지 하면서

시작한 아침입니다

간밤엔 이런저런 계획들도 세워보았습니다

허나 두 다리는

어제처럼 꼼짝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커피 한 잔을 준비합니다

서둘러야지,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어봅니다

향이 짙은 커피 한 모금 홀짝입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혹시나 하면서 창밖을 기웃거립니다

바람의 기척조차 없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립스틱 자국이 그려진

커피 잔을 한참 들여다봅니다

식어버린 커피를 입속에 털어 넣습니다

뜨거울 때보다 마시기에 훨씬 편하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파란 하늘에 저 많은 구름송이가

동시에 창으로 밀려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상상해봅니다

참 재미있을 것 같아 키득키득 웃어버립니다

누군가 이런 나를

바보라고 웃지나 않을까 두리번거립니다

다행이 아무도 없습니다

다시 커피 한 잔을 준비합니다

식은 커피가 더 좋던데 하면서 훌훌 불어봅니다

진한 커피향기 속으로

정다운 음성이 전해집니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누가 봐도 백치의 그것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을 미소를

화끈거리는 얼굴에 그립니다

수런거리는 기척에 창밖을 바라보니

거리는 온통 오렌지 빛입니다

바람이 노을의 볼을 간질이고 있습니다

“이젠 가는 거야?”

노을이 얼굴을 붉힙니다

“그래, 내일 다시 만나!”

식은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개를 세차게 젓습니다

가지마! 내 그리움아

 

 

 

'[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한 사람  (0) 2021.10.26
6. 손잡고 가요  (0) 2021.10.16
8. 상념의 旅路  (0) 2021.10.01
9. 나는 양치기소년이 아닙니다  (0) 2021.09.27
10. 어깨의 존재가치  (0) 202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