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 머물게 될 사람
- 임은숙
내 삶의 많은 것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망각 속에 잠겨버린다 해도
유독(惟獨) 그대만큼은
나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건 아마도
오랜 세월이 흐른 먼 훗날에라도
스치는 바람으로부터
그대의 소식 듣고 싶어서 일겁니다
핸드백에 들어있는 손거울처럼
언제 어디서나 꺼내볼 수 있는 설렘, 행복
그리고 황홀한 아픔의 기억들...
그것들은 다가오는 나의 봄날과 여름을
더욱 생기 있고 정열적이게 할 것이며
고독의 계절의 나를 더욱 쓸쓸하게 할 것이며
또 하얀 추위로 나를 감싸 안을 것입니다
내 삶의 모든 것이
망각 속에 매장되더라도
그대만큼은 내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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