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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기억 저편의 풍경

by 수ㄱi 2023. 10. 5.

 

 

기억 저편의 풍경

 

                             - 임은숙

 

 

 

생의 마감을 맞은 사람처럼

모든 것이 허무하기만 한 시간

아무 일도 아닌 듯

씁쓸한 표정을 짓고

나 혼자만의 풍경 속으로 떠나본다

 

희미하게 빛바래어진

그 사람의 옛 모습을 간신히 떠올리며

자주 찾던 강변의 나무에 새겼던

사랑언어 더듬어본다

 

내 눈물만큼 아파했던 사람,

어쩐지 함께 하여야만 할 것 같았던 사람,

무엇이나 손잡고 바라봐야만 할 것 같았던 사람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찢어지고 부서진

기억의 조각들이 난무하는

거리엔

오늘따라 바람이 유난히 차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