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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건망증

by 수ㄱi 2024. 1. 12.

 

 

건망증

 

                 - 임은숙

 

 

이제

세월을 잊고 싶다

 

희미하게 빛바랜 오래 전의 모습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고 싶다

 

한 번쯤 해봐야지 했던 일들과

꼭 해보고 싶던 일들을

젊음의 여백에 하나둘 모아두며

자신을 위한 것도

타인을 위한 것도 아닌 하루하루를

버릇처럼 탕진했다

 

짙어가는 가을빛에

멋대로 내 안에 떨어져 쌓이는

낙엽들을 세며

때로는 모든 흐름을 잊고

간헐적 건망증을 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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