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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디스크

미소와 즐거움

by 수ㄱi 2020. 2. 14.





소와 즐거움



            - 임은숙




언제부터인가 괴상한 버릇 하나가 생겼다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한적한 강변에서,

혹은 조용한 카페에서 낯선 이를 마주하고도

습관처럼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안녕하세요?” 내가 물으면

“네...”하면서 그 사람은 미소를 보내올 것이다

그리고는 계속 가던 길을 가든가

아니면 “차 한 잔 어때요”

오랜만에 만난 익숙한 사이인 듯

길옆 다방에 들려 향 좋은 녹차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비오는 날 붐비는 버스에서

새침데기 아가씨와 마주하면

또 그녀의 앙증맞은 흰 샌들을 밟는 상상을 한다


“눈은 사치품으로 달고 다녀요”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앙칼진 욕지거리에

그날따라 기분이 우울했던 내가

“누가 밟고 싶어서 밟았나요” 하면서

그녀 못지않은 고음으로 꼬집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안해요, 닦아드려요”

기분에 따라 장난기가 발동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 새침데기 아가씨가 생각 외로

참하고 유순한 성격의 소유자일수도 있을 것이다


같지 않은 장소에서의 상상의 결과는 단 하나,

미소는 모든 걸 아름답게 만든다

미소를 거부하는 이는 없다

웃으며 하는 모든 일엔 즐거움이 따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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