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와 즐거움
- 임은숙
언제부터인가 괴상한 버릇 하나가 생겼다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한적한 강변에서,
혹은 조용한 카페에서 낯선 이를 마주하고도
습관처럼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안녕하세요?” 내가 물으면
“네...”하면서 그 사람은 미소를 보내올 것이다
그리고는 계속 가던 길을 가든가
아니면 “차 한 잔 어때요”
오랜만에 만난 익숙한 사이인 듯
길옆 다방에 들려 향 좋은 녹차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비오는 날 붐비는 버스에서
새침데기 아가씨와 마주하면
또 그녀의 앙증맞은 흰 샌들을 밟는 상상을 한다
“눈은 사치품으로 달고 다녀요”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앙칼진 욕지거리에
그날따라 기분이 우울했던 내가
“누가 밟고 싶어서 밟았나요” 하면서
그녀 못지않은 고음으로 꼬집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미안해요, 닦아드려요”
기분에 따라 장난기가 발동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 새침데기 아가씨가 생각 외로
참하고 유순한 성격의 소유자일수도 있을 것이다
같지 않은 장소에서의 상상의 결과는 단 하나,
미소는 모든 걸 아름답게 만든다
미소를 거부하는 이는 없다
웃으며 하는 모든 일엔 즐거움이 따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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