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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디스크

긍정의 미소를

by 수ㄱi 2020. 2. 14.




정의 미소를



             - 임은숙



금년 봄은 참으로 변덕이 심한 여자 같다

한겨울에도 손꼽을 정도로 내리고

그나마 살짝 날리다간 멈춰버리던 눈이

봄에 들어서자 하루 건너로 퍼붓더니

어느 날은 무릎을 훌쩍 넘어 쌓이기도 했었다


한낮엔 거짓말처럼 녹아버리면서도

꾸준히도 퍼붓던 눈 눈 눈

며칠 동안 선보이던 벚꽃, 배꽃, 그리고 개나리에 이어

요즘은 진한 향기를 난발하며

라일락이 나 봐라 요동을 치고 있다

바야흐로 6월로 접어드는 요즘

이유 없는 심한 계절병을 앓고 있다


미풍에 흔들리는 버드나무가지는

부지런히 뭔가를 하소연하였고

제철 꽃인 라일락도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초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지어는 지나가는 이들의 얼굴에도

量은 다르지만 우울과 애수가 그려있는 것 같았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 부정적인 것은 버리라.”

아무것도 아닌 일에 눈살을 찌푸리고 고민하는 나에게

누군가 습관처럼 하는 말이다

“말이 씨가 된다.”

여자 아니랄까봐서 부딪치는 일마다에 호들갑을 떠는 나에게

친구가 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기다려봐!)

버드나무가지가 아는 체를 한다

어제처럼 슬픔으로 다가오는 라일락을 향해

엷은 미소를 그려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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