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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디스크

가을단상

by 수ㄱi 2020. 2. 14.




을단상



          - 임은숙




가끔, 일상을 탈출하여

철저히 혼자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사계절 중 가을은 이유 없이 서글퍼지고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조금은 나약한 일면을 엿보이는 계절이다

곱게 물든 가을숲길을 거닐며

한 장 낙엽의 애틋한 사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푸르디푸른 하늘에 그리움을 띄워보기도 한다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되기도 한다

붉은 낙엽 한 장에도 눈시울을 붉히고

높은 하늘 어딘가에

막연한 눈길을 던져버리고 시간을 잊기도 한다

또 하루에도 수없이 우편함을 확인하고

광고메일 하나에도 엷은 미소를 지어본다

때로는 텅 빈 메일함에 실망 가득 넣어보기도 하면서


가을은 혼자가 되여 그리움을 터득하는

기다림의 계절이다

분위기 있는 한적한 차집에서

예쁜 커피 잔을 마주하고 약속시간을 기다린다는 것,

싸늘한 바람 속에서 낙엽의 수군거림을 엿듣는다는 것,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를 불러내어

다정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

모두가 가을 아니고는 그 느낌을 알 수가 없다

길옆 공원의 나뭇가지사이로 들려오는

까치의 재잘거림이 반가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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