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그리기
- 임은숙
내 마음 내가 모르겠냐고
큰소리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타인의 것도 아닌, 나 자신의 마음인 데야!
삼라만상이 고요히 잠든 가을밤,
하얀 테이블을 마주하고 백지와 필을 준비하였습니다
내 마음을 그려보려고...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동그랗게 그리면 네모인 것 같고
또 네모로 그리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렸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다시 그리기를
새벽까지 반복하였지만
도저히 그릴 수 없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었습니다
내 마음을 내가 그릴 수 없다니,
내 마음을 내가 모르다니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 잔을 향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때로는 가장 자신 있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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