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함께 가는 그대이기에
- 임은숙
가을빛 곱게 물들어가는 그림 속을 걸어갑니다
눈망울에 그들먹이 고이는 이슬은
가슴 가득 넘치는 그리움 때문만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싶은 야릇한 고독에서 비롯되는
내 외로움의 몸짓과 일렁이는 바람의 몸짓이 어우러져
슬프도록 아름다운 계절을 연주합니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방에서 지내는 내 일상이 흐트러지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창으로 밀려드는 찬 기운에 팔뚝의 솜털이
서로 키 재기를 하는 계절의 시작과 함께인지도 모릅니다
제법 스산해진 창밖의 풍경을 닮아가며 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도
어쩌면 누군가 부르는 듯한 이름 모를 착각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내 계절의 몽유병이 시작됩니다
눈을 감고 걷습니다
귀가에 전해지는 바람소리엔 그대의 한숨이 묻어있습니다
나뭇잎의 술렁거림이 그대의 음성으로 들립니다
발가락 끝에 느껴지는 작은 돌멩이에 멈칫거리며
한동안 그대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모릅니다
작은 것에 쉽게 상처받고 눈물 흘리다가도
그대 앞에선 아닌 척을 하며 햇살 같은 표정을 그리는 것은
콘크리트처럼 마음깊이 자리한 그대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 때문일까요?
차거운 계절의 바람 속에 믿음으로 바라보는 큰 산 같은 나의 그대
이 세상에 그리움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기에
기다림만큼 행복한 것이 없기에
또 나의 그리움과 기다림의 주인공은 바로 그대이기에
거짓말처럼 스치는 서운함과 불안의 그림자를 애써 지우며
삶의 끝까지 가져갈 단 한 번의 사랑에 모든 걸 걸고 오늘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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