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엔 빗물이 내 마음엔...
- 임은숙
내리는 듯 마는 듯
창밖에선 소리 없는 봄비가 내립니다
잔디 위에 촉촉이 내려앉는 빗물처럼
언제부터인가 당신도
조용히 내 마음을 적시고 있습니다
톡톡
유리창에 튕기는 빗물 닮은 이슬이
조금 전부터 볼을 타고 흐릅니다
춥지 않냐 아프지 않냐
아득한 꿈속처럼 전해오는 먼 곳의 음성(音聲)이기보다는
차라리 침묵 속에 포근한 외투 건네줄 수 있는
그런 당신이었으면 좋으련만
보고 싶다 안아주고 싶다고
매일같이 들려주는 그리움의 고백이기보다는
차라리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와서
따스한 손의 촉감을 느끼게 하는
그런 당신이었으면 좋으련만
창밖엔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내 마음엔 슬픔이 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