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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디스크

당신만을 따르겠습니다

by 수ㄱi 2020. 2. 15.




신만을 따르겠습니다


                     - 임은숙

 

 

산그늘처럼

깊고 그윽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는 당신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했던 건

습관처럼 내게 찾아오던

그 아픔의 반복일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을 맞이할 만큼

마음을 비워두지 못한 죄스러움과

당신을 받아들임으로 하여

다시 마주하게 될 아픔이 두려워서였습니다

 

조금씩 다가오는 당신을

두려운 몸짓으로 바라보면서

죄스러움은 쌓여만 가고

두려움은 엷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당신이 자그마한 존재로 자리할 때

한적한 벌판의 이름 모를 들꽃 잎에 맺힌

이슬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가슴 전체가 당신의 빛으로 가득 채워질 무렵엔

무겁게 짓누르던 두려움 따윈 염두에도 없었습니다

 

늦은 밤 길거리에서 귓전을 스치는 바람처럼

당신과 나

피할 수 없는 만남이라고 생각하며

최면에 걸린 환자처럼 무작정 당신만을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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