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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22. 마흔 일여덟

by 수ㄱi 2022. 10. 22.

 

마흔 일여덟

                                - 임은숙

늘 오가던 길도

아주 가끔만 걸었으면 좋겠고

꽃바람의 푸른 손짓에도

누군가의 뜨거운 눈길에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

소나기보다는

보슬비가 좋은

내 나이 마흔 하고도 일여덟

시린 하늘 아래로

투명한 그리움이 밀려오던 시절

노란 해바라기로 서있던 정열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높지도 낮지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함이 마냥 편하다

창가로 내려앉은 오후햇살에

춘곤증이 몰려오고

낡은 트로트의 볼륨을 키우는 손끝에

바람처럼 일어서는 기억이

멀어서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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