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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14. 풀

by 수ㄱi 2022. 11. 3.

 

                   - 임은숙

사람들은 나를 풀이라 부른다

꽃이 아닌 풀이라 부른다

흔한 모양새에

향기라 할 것도 없는 그냥 풋풋한 냄새

어쩌면 풀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풀이라 불린 세월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제 이름도 까맣게 잊은 채

풀의 삶을 산다

꽃이면 어떻고

풀인들 어떠리

어차피 때 되면 시드는 법

눈부신 태양 아래

바람과의 담소로 아름다운 날들이

내겐 행복이다

풀이라 불리며

꽃이 아닌 풀이라 불리며

오늘을 사는

나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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