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임은숙
비가 퍼붓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다시 바람이 차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어쩌다 문득 그곳을 거닐 때
여전히 뭔가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았다
코를 실룩거리며 짐승처럼
익숙한 냄새를 찾아 헤매는
나를 보았다
분명 이곳인데
하얀 바탕 검정무늬의 우산이 그려지고
그 속에서 주고받던 정다운 눈빛이 떠오르고
잡았던 두 손의 온기가 느껴진다
영원토록
지워지지 않을 순간의 낙인
짧은 만남
긴 아쉬움이
비에 젖고
바람에 흩어지고
다시 하얀 눈 속에 묻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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