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몸을 맡긴다
- 임은숙
한 때 너를 사무치게 사랑했던 가슴에
차고 시린 아픔 하나가 살아 숨 쉰다
그동안 시간은
너와 나 사이의 거리를
아득히 벌려놓았지만
너를 잃음으로 하여
아직도 차고 시린 슬픔 하나가 살아 숨 쉰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진통 같은 아픔이
몽롱한 눈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안겨오는 지난 과거가
가끔 안개꽃 한 다발처럼 여리고 여린 내 가슴에
세찬 슬픔을 몰아오기에
오늘도 싸늘한 허허벌판에 외로이 서서
스치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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