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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추억은 향기로 말을 건다

by 수ㄱi 2023. 11. 19.

 

 

추억은 향기로 말을 건다

                                      - 임은숙

 

 

늘 그랬다

바람인 듯 스치려 하면

집게손처럼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다

 

다소곳한 눈길도 아니고

소심한 음성도 아닌 것이

꼭 한 번은 뒤를 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그것이 궁금하여

자꾸만 그곳을 찾는지도 모른다

 

애써 태연한 척

느긋이 걸어도 보았고

바쁜 척을 하며

잽싸게 뛰어도 보았지만

저만치 가서는

다시 뒤를 흘끔거려야 했다

 

촉촉한 빗물에

마음을 빼앗긴 날

무심코 마주한 기억 하나

 

우산 속에 스며드는

너의 향기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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