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인생
- 임은숙
곧게 가라기에
에돌며 헤매지 않았고
욕심을 버리라기에
손에 쥐어진 것조차도 망설임 없이 놓아버렸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니
희미한 발자국마저 남아있지 않다
나무그늘에 앉아
나는 새들의 날갯짓이라도 흉내 내볼 걸
봄 한철
여러 꽃의 향기라도 알아둘 걸
텅 빈 손에
텅 빈 속에
텅 빈 머리
내 것이 없다
곧게 가란다고
욕심을 버리란다고
무심히 흘려보낸 세월
그렇다할 아픔 한 조각마저 내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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