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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디스크185

붉은 가을 붉은 가을 - 임은숙 붉게 붉게 타고 있는 것들 끝없이 끝없이 날리는 것들 멀리 멀리 흩어지는 것들 바람 같은 세상 남겨진 계절 변두리에 쌓여 쌓여가는 것들 세월 따라 흐를 수 없는 다홍빛 아쉬움들 2020. 2. 14.
가을숲에서 답을 찾다 가을숲에서 답을 찾다 - 임은숙 그 숱한 질문에 미처 답을 못할까봐 이파리 하나하나에 적어서 준다 빈손에 받아든 묵직한 마음들을 잊은 건 아닌지 외로운 이에게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마음의 빛을 전해준 적이 있는지 과욕으로 타인에게 아픔을 주지는 않았는지 일정한 시간을 사.. 2020. 2. 14.
보이지 않는 벽 보이지 않는 벽 - 임은숙 문틈으로 밖을 기웃거린다 혹 손해 볼까 늘 조마조마하다 베푸는 것과 받는 것 사랑하는 법과 미워하는 법 상반되면서도 공존하는 것들의 존재의 의미 미처 깨닫지 못하고 끝없는 욕심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다 내어줌에 서툴러 받으려고만 했던 나는 불안한.. 2020. 2. 14.
가면 가면 - 임은숙 내 속에 나를 감추고 세상을 마주한다 어쩌면 모두는 천성적으로 어둠을 즐기는 족속 겉모습 하나로 모든 걸 단정 지을 수 없는 세상 속의 우리 내일 또 다시 한 장 베일로 세상을 현혹하더라도 오늘은 내 시선 끝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너의 옷을 벗기고 싶다 그리고 나도 .. 2020. 2. 14.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 임은숙 제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잎사귀들이 땅 위로 내려앉는다 서로 다른 생각들로 가득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잎사귀들 검은 욕심으로 대책 없이 흔들리는 인간들 살아있다는 것은 정녕 무언가를 향한 필사적인 몸짓인가 바람이 분.. 2020. 2. 14.
사람들 사람들 - 임은숙 앞만 보고 가는 사람 지름길로 뛰는 사람 새처럼 날지 못해 안달인 사람 앞서 간들 뒤처져 간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인 것을 높이 난들 기어간들 종착지는 하나인 것을 타인의 슬픔 딛고 가는 자 밟고 가라 납죽 엎드린 자 날려고 하는 자 주저앉아 통곡하는 자 찰나의 길 .. 2020. 2. 14.
백지 백지 - 임은숙 많은 걸 쓰려하지 말고 침묵을 배워라 세상에 귀를 기울이되 들리지 않는 것을 적어라 어둠보다는 밝음을 적되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지워라 백지는 연필을 부를 때 지우개도 함께 부른다 여백이 많을수록 백지의 꿈도 깊다 2020. 2. 14.
시간에게 시간에게 - 임은숙 나를 앞서가는 너를 보면 조급증이 인다 철모르기 시절 그림자처럼 뒤에 매달리던 너에게 어느 순간 끌려가는 나를 보며 멀다고만 생각했던 생의 길 위에서 뒤 한 번 돌아보지 않는 너로 하여 고민이다 저만치 굽이를 도는 너의 뒷모습 잡을 수 없는 바람 같다 2020. 2. 14.
어둠속을 걷는 일 어둠속을 걷는 일 - 임은숙 흐르는 시간에 숫자를 새겨 어제, 오늘, 내일이라 일컬으며 지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것에 대한 희망으로 현재를 무시해버린다 형체 없는 걱정 낯설지 않은 두려움 뒤로 밀려가는 시간과 저만치 앞서가는 시간사이에서 위태롭게 줄다리기를 하다 다시 .. 2020. 2. 14.
시계의 독백 시계의 독백 - 임은숙 조그만 얼굴에 두꺼운 근시안경의 꼬마 손에서 스마트폰이 떠나질 않는다 젊은 부부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른다 밤새도록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컴퓨터 자판소리 언젠가부터 테이블 구석 쪽으로 옮겨진 나와 젊은 여자의 손때 묻은 일기장 내 숨소리를 .. 2020. 2. 14.
엄마의 숟가락 엄마의 숟가락 - 임은숙 엄마의 숟가락은 따뜻한 밥알을 담아보지 못했다 먹다 남은 찬밥이나 알맹이는 다 골라먹고 쭉정이만 남은 요리그릇을 헤맸고 민숭민숭한 국물만을 담고 살았다 그러기를 수십 년 여러 가지 짐승의 고기와 싱싱한 남새가 주방을 난무하는 요즘 엄마의 숟가락 끝.. 2020. 2. 14.
가로등은 혼자다 가로등은 혼자다 - 임은숙 가고 오는 계절 그 수많은 밤을 허리 한 번 굽혀보지 못하고 기지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 빗물에 함께 젖어주고 달빛에 기죽은 척도 하며 누구의 따스한 눈길은 바란 적 없이 오직 타인을 위한 삶 어둠속에서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가로등만큼 외로운 이는 .. 2020.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