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冬眠
- 임은숙
준비 없이 마주한 시린 새벽처럼
사랑이 영하로 접어들어 힘들 때가 있습니다
뻥 뚫린 가슴으로 파고드는 늦가을 찬 기운에
함께 걸어온 길을 모두 부인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손닿으면 뭉텅 부러질 것 같은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몰려드는 바람이
눈으로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시간
커다란 미움의 울타리 안에 그대를 가두고
뒤돌아서는 걸음이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미처 고운 빛깔로 물들지도 못한 채
군데군데 벌레 먹은 낙엽 위를 걸으며
메마른 내 가슴에 냇물처럼 흘러들던 그대 숨결을
어두운 미궁속의 나에게
행복의 길을 인도해준 그대 미소를 떠올립니다
깨어있던 모든 것이 오랜 잠에 빠지려는 때입니다
아마 사랑에도 冬眠의 겨울이 있나봅니다
숨 가쁘게 뛰어온 뜨거운 열정에 조금의 여유를 주려나봅니다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대가 아니라
냉정한 마음으로 되짚어보는 우리의 발자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하얀 도화지에 새롭게 초록물감을 찍을 수 있는
우리의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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