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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아별아

사랑冬眠

by 수ㄱi 2020. 2. 12.

 

冬眠

                    - 임은숙

 

 

준비 없이 마주한 시린 새벽처럼

사랑이 영하로 접어들어 힘들 때가 있습니다

뻥 뚫린 가슴으로 파고드는 늦가을 찬 기운에

함께 걸어온 길을 모두 부인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손닿으면 뭉텅 부러질 것 같은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몰려드는 바람이

눈으로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시간

커다란 미움의 울타리 안에 그대를 가두고

뒤돌아서는 걸음이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미처 고운 빛깔로 물들지도 못한 채

군데군데 벌레 먹은 낙엽 위를 걸으며

메마른 내 가슴에 냇물처럼 흘러들던 그대 숨결을

어두운 미궁속의 나에게

행복의 길을 인도해준 그대 미소를 떠올립니다

 

깨어있던 모든 것이 오랜 잠에 빠지려는 때입니다

아마 사랑에도 冬眠의 겨울이 있나봅니다

숨 가쁘게 뛰어온 뜨거운 열정에 조금의 여유를 주려나봅니다

 

냉랭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대가 아니라

냉정한 마음으로 되짚어보는 우리의 발자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하얀 도화지에 새롭게 초록물감을 찍을 수 있는

우리의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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