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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아별아

우리 이야기

by 수ㄱi 2020. 2. 12.

 

리 이야기

 

                          - 임은숙

 

 

적막을 깨트리며 스산한 바람이 창을 긁어내리거나

음악처럼 잔잔한 빗소리가 귀에 매달리는 시간이면

이젠 제법 익숙해진 모습을 밤하늘에 그리며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제도 어제도

수백, 수천 번을 들려주고 들어온 낱말들이지만

내 귀에 전해지고 내 입에서 나가는 순간엔

또 다른 색깔로 어여쁘게 포장된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기대고 싶다...

 

서로가 보이지 않는, 볼 수가 없고 만질 수가 없는

먼 거리를 사이 두고

똑같이 움직이는 행동 하나

거의 동시에 내뱉는 말들은

분명 타인들의 것과는 다른 특별한 그 무엇이

든든히 우리를 묶어주고 있었다

 

이곳엔 종일 비가 내려요

젖어든 음성으로 그리움을 하소연하면

여긴 볕이 쨍쨍하다

밝은 햇살 한 줌을 사랑으로 던져주는 사람

 

같은 별을 보고 같은 생각 속에 살지만

눈빛을 마주할 수 없는 안쓰러움

 

정적을 깨뜨리며 밤기차소리가 이름 못할 서글픔을 던져줄 때

사무친 그리움은 빛의 속도로 열차를 앞질러 서로에게로 치닫는다

 

그것을 간절함이라 했다

우리에게 있어 행복은 기적 같은 놀라운 일이 아닌

하루하루 모아둔 그 간절함이

알알의 진주알이 되어 고운 사랑의 줄에 꿰어져

반짝이는 그런 날이다

 

치명적인 독이 되어 나를 가두는 그리움으로

또 하나의 밤을 하얗게 새우며

오늘도 내 일기 마지막엔 정다운 이름자가 점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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