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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1. 재회

by 수ㄱi 2021. 12. 1.

 

재회

............... 임은숙

겨울비가 내립니다

차창너머 밤거리는

차가움이 아닌 아름다움으로 안겨옵니다

군데군데 쌓여있는 흰 눈과

오색의 네온사인불빛과

오고 가는 차량들의 전조등은

몸으로 느끼기보다

시야에 담기에 더욱 근사한 풍경입니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구나!

확신이 드는 순간에도

차가운 뺨 위로 흐르는 뜨거운 것을

애써 참아온 그리움이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내겐 아직도 긴 만남을 위한

짧은 머뭇거림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좀 전에 마주했던 당신을 떠올립니다

보고 싶다는 말에

저도 몰래 “나도…”라는 말이 튀어나갔지요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오기라도 한 듯 말입니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서둘러 변명을 시도하였으나

조용한 당신의 미소에 부딪쳐

뒷말을 삼켜야 했습니다

차창너머로 겨울의 밤거리가 한없이 밀려가는데

곁에 없는 당신 모습은

자꾸만 자꾸만 머릿속을 파고듭니다

긴 겨울을 인내한 그리움이

푸른 계절에 영원의 둥지를 틀려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