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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아별아

버리기로 했다

by 수ㄱi 2020. 2. 13.


 

 

리기로 했다

 

                  - 임은숙

 

 

창가에 곱게 피어있는 난(蘭) 같은 너를

아직도 많은 미련 남아있는 어여쁜 너를

버리기로 했다

 

부시도록 아름답기에

시리도록 순백하기에

나의 추함이, 하찮음이

너에게 얼룩의 흔적 남길까봐

이제 너를 버리기로 했다

 

이제 와서야

오늘에 와서야

부옇게 곰팡이 낀 내 마음속에

티 없는 너를 담기엔 참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이제야 너를 버리기로 했다

 

버린다는 말 내가 하기엔

너무 생소한 단어인 줄 알지만

여자라는 이유 아닌 이유로

여자라는 좁은 자존 때문에

떠남이 아닌

버린다는 말을 감히 내뱉으며

그만 너를 버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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