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 임은숙
와인 잔이라 하여
와인만 담지는 않습니다
커피 잔이라 하여
커피만 담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밥그릇에 국을 담기도 하고
세숫대야에 흙탕물을 담기도 합니다
사랑이라 하여
내 마음에 그대만 담을 수는 없습니다
하늘의 푸름과 바람의 숨은 정열
봄꽃의 향기와 단풍의 붉은 상처
빗물의 언어와 엄동의 시린 아픔
나에게도
멀어져간 추억이 있고
내일의 꿈이 있습니다
그대를 마주하고
딴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대 앞에서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릴 때가 있습니다
봄바람처럼 스치면 되겠습니다
타인 같은 그대의 무심함이 필요합니다
마음에 그늘이 가시고
다시 그대를 향해 꽃처럼 웃을 때까지
말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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