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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이분다네가그립다

26.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by 수ㄱi 2023. 1. 24.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 임은숙

와인 잔이라 하여

와인만 담지는 않습니다

커피 잔이라 하여

커피만 담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밥그릇에 국을 담기도 하고

세숫대야에 흙탕물을 담기도 합니다

사랑이라 하여

내 마음에 그대만 담을 수는 없습니다

하늘의 푸름과 바람의 숨은 정열

봄꽃의 향기와 단풍의 붉은 상처

빗물의 언어와 엄동의 시린 아픔

나에게도

멀어져간 추억이 있고

내일의 꿈이 있습니다

그대를 마주하고

딴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대 앞에서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릴 때가 있습니다

봄바람처럼 스치면 되겠습니다

타인 같은 그대의 무심함이 필요합니다

마음에 그늘이 가시고

다시 그대를 향해 꽃처럼 웃을 때까지

말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