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반란을 꿈꾸다

 

봄, 반란을 꿈꾸다                

  

                           - 임은숙

 

 

변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봄바람의 뒤를 쫓는 것도 아니고 하얀 계절에 미련이 남은 것도 아닌데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내 걸음이 왠지 불안하고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는 찬바람이 내 작은 어깨에 무게를 더해줍니다

 

새끼손가락의 굳은 맹세는

어쩌면 변하는 것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알듯 모를 듯 중얼거림을 반복합니다

 

꽃이 피기 전에 내가 이미 봄이 되어버렸고

잎이 지기 전부터 싯누런 가슴앓이를 제 것인 양 끌어안은 나에게

다가온 초록의 계절은 반가움인지 미움인지

 

해살이 눈부시어 내 얼굴에 꽃이 피지 않고

바람이 포근하여 내 마음에 평화로움을 주지 않습니다

 

가고오고 변하고 변하지 않는 모든 것이

기다림과 사랑은 나뭇잎 한 장 두께의 차이라고

기다림을 멈추면 영원한 아쉬움이 된다고

사랑의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이라고

먹빛어둠이 내려앉는 창가를 서성이며 가을날 사연을 들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