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 싶었던 내 꿈이
- 임은숙
군데군데 널려있는 흰 눈의 흔적이
목적지가 익숙하지 않은 나의 걸음에 쓸쓸함을 더해줍니다
습관 되었던 거리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슬픔은 여전히 그만큼이고 가셔지질 않는 그리움은 멋대로 바람에 흔들리며
가까이 왔다 멀어졌다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찔한 나뭇가지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이름 모를 나뭇잎에서
동병상련의 묘한 느낌을 전해 받으며 힘들게 옮겨놓는 내 발길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욱 뚜렷한 모습의 당신
이마에 닿는 당신 입술의 촉감에 또다시 멀어져간 꿈속에 서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소리 없는 눈물이 볼에서 미끄럼을 탑니다
이유 없이 당신한테 묶이고 싶고 당신이 옆에 있으면
세상을 독차지한 듯 뿌듯하던 희열이 이제 서서히 멀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탈출하고 싶습니다
내 일상의 어느 한 순간도 당신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는 없지만
그 뜨겁고 치열하던, 공포에 가깝던 기억들에서 해탈되고 싶습니다
꿈속의 만남마저도 그렇게 목마르던 나에게
이제야 당신은 부르는 듯 꿈속을 찾아들어 나를 울립니다
희미한 새벽녘 퉁퉁 부은 눈으로
멍하니 창밖을 향해 한숨짓는 내 속울음을 당신은 아실까요?
가장 밝고 아름다워야 할 아침풍경이 이토록 살벌하니
내 하루는 또다시 어제에 연장선을 긋게 됩니다
푸르고 싶었던 내 꿈이 한겨울 삭풍에 흔들리며 부서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기운을 다하여 위로 솟구쳐보지만
더 이상 치솟지도 못하고 그저 그렇게...
'[1] 하늘아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슬픔 내게 닿으면 (0) | 2020.02.12 |
---|---|
봄, 반란을 꿈꾸다 (0) | 2020.02.12 |
자정을 넘긴 시간, 그곳에도 바람이 부나요? (0) | 2020.02.12 |
겨울엔 그리움을 얘기한다 (0) | 2020.02.12 |
사랑이 지는 계절에 (0) | 2020.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