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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아별아

사랑이 지는 계절에

by 수ㄱi 2020. 2. 12.

 

랑이 지는 계절에

 

​                       - 임은숙

 

 

1

기나긴 꿈의 터널

한 번 또 한 번 유리잔처럼 깨지는 약속을 가슴 저미며 바라보았다

그동안 햇빛은 변함없이 열기를 보내주었고 훈훈한 봄바람과 슬프기만 한 낙엽의 추락을 겪으면서 이제 내 몸은 사랑을 시작할 때의 신비와 아름다운 미소뿐이 아닌 절박한 현실감으로 바뀌어버렸다

꿈속에서 행복하고 현실에서 슬픈 내 사랑이 가을도 아닌 초록의 계절에 아쉽게 지고 마는 것일까?

어둠으로 이어진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원점으로 되돌아가기 또한 쉽지마는 않다

 

 

2

떠나기가 그렇게도 아쉬운 걸까?

훈훈하던 봄바람을 사정없이 밀쳐놓고 매서운 바람이 사뭇 기승을 부리는 하루였다

얼어드는 이마우로 찬바람 결에 마구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앞을 바라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시야를 가로막는다

그 추위 속을 두려움이 아닌, 조금은 즐기는 듯한 기분으로 거니는 내가 타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가자. 저기 저 초록의 끝머리에 앉아 싱그러운 그 빛을 닮은 물방울을 눈에서 털어내자

 

 

3

그 많던 별들이 어딘가에 숨어버렸다 달님마저 보이지 않는다

가끔씩 귀가에 따갑게 머무는 붕붕거리는 밤열차의 고동소리에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다

밤열차를 타고 야간여행을 즐기자던 그 약속 하나도 지켜내지 못한 채 떠나버린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눈물이 되어 차겁게 뺨을 적신다

내가 아프면 즉시 달려와줄 것만 같았고 그러면 그 품속에서 갓난아기처럼 응석이라도 부릴 수 있을 텐데 모든 것이 한낱 꿈에 불과한 걸까?

 

 

4

내 운명이라고 굳게 믿었던 사랑도 그 순간의 황홀에 만족해야만 했다. 결국 사랑이란 어차피 식어버리게 되어있는 것이다. 뜨겁게, 뜨겁게 달구었던 사랑이라도 일정한 시간 뒤에는 무조건 식어버리는 것이다. 쓴 커피처럼. 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