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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가을은 가지 않았다

by 수ㄱi 2023. 11. 9.

 

 

가을은 가지 않았다

                          - 임은숙

 

 

노랗게 타들어가는 그리움에

낙엽의 한숨 엿들으며

너와 나는

그 계절을 이름하여

가을이라 했다

 

그리고

우리의 것이라 했다

색깔들의 잔치로 요란한 그 계절을

우리의 것이라 했다

 

소리 없이 쌓이는

눈송이에

그 모든 것이 하얗게 가려진 순간에도

너와 나는

지독한 몸살을 앓으며

가을을 그리워했다

 

새벽하늘에 걸린 하얀 그리움을

희미하게 빛바래어져가는

슬픈 별꽃의 눈물이라며

 

버릇처럼

가을을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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