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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빗소리에 취하다

by 수ㄱi 2023. 11. 27.

 

 

빗소리에 취하다

                             - 임은숙

 

 

비오는 밤엔

절로 귀가 열린다

 

평소엔 들리지 않던

온갖 소리가 허공을 메우며

검푸른 슬픔 속에

나를 가둔다

 

유리창에 매달리는 빗방울

세다가 말다가

애써 태연한 척 눈을 감으면

 

전부를 그러안지 못했던 아쉬움과

깡그리 비워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밤새 몸살을 앓는다

 

그 누구의 위로가

절실한 밤

열린 귀는 닫힐 줄 모르고

꽃 같은 사연만이 눈물로 피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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