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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나간 詩와 글

[시] 봄꽃예찬

by 수ㄱi 2024. 2. 5.

 

 

봄꽃예찬

                - 임은숙

차례를 기다리는 배우처럼

앞선 꽃을 밀어내며 등장하는

봄꽃들은 왜

동시에 꽃잎을 열지 못하는지

동백, 매화에게 한참 뒤떨어진

개나리와 산수유 노랗게 미소 터뜨리면

제비꽃, 목련, 진달래, 벚꽃이 여기저기서 손짓하고

연보라 빛깔을 자랑하며 라이라크가 짙은 향기 토해내니

마음엔 술렁술렁 바람이 입니다

남아있는 향기를 채 비우기도 전에

코끝에 달라붙는 이질감

같은 계절에 피는

전혀 다른 꽃들의 잔치입니다

눈부신 봄의 명부에

고운 이름 빠질까 잊힐까 두려워

꽃들은 그렇게

향기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하나씩 순서대로 피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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