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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함께 가는 길 함께 가는 길 - 임은숙 동행의 길에는 수많은 샛길이 있다 나는 새가 아름다워 고개 들어 새를 쫓다가 맑은 물소리에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다가 샛길로 접어들기 쉽다 부단히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인연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초심을 유지한다면 동행의 길에 샛길은 없다 우리 다정한 얘기 멈추지 말자 우리 잡은 손 놓지 말자 어제보다 찬란한 너와 나의 하루가 간다 2023. 12. 27.
[시] 흔들리는 오후 흔들리는 오후 - 임은숙 바람과 나란히 걷고픈 계절이다 너의 눈빛을 닮은 하늘과 너의 손길을 닮은 여러 나뭇잎이 투명한 광선아래 三原의 연주를 시작한다 바야흐로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이 밝음보다는 어둠이 오래된 친구처럼 다정한 시간이다 지난 어느 순간에 손님처럼 머물며 추웠던 기억도 눈부신 아름다움이었음을 또 다른 나에게서 전해 듣는다 흐르는 구름처럼 정처 없는 마음이 멋대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바람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스러진다 2023. 12. 27.
[시] 소리를 만나다 소리를 만나다 - 임은숙 눈 뜨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만 감으면 소리로 보인다 하늘에서 구름이 기는 소리 바람이 흔들고 가는 나뭇잎의 가느다란 한숨이 베란다 빨랫줄에 매달린 옷가지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소리 고요를 들었다 놓는 시계바늘소리 어디론가 잽싸게 내닫는 내 생각의 소리 하나같이 소리에 색깔을 덧칠하며 생동한 화폭으로 펼쳐진다 눈을 감고 소리를 본다, 세상을 조준한다 2023. 12. 26.
[시] 아직은 눈물이 필요할 때 아직은 눈물이 필요할 때 - 임은숙 오는 걸까 가는 걸까 왔다간 가고 갔다간 오는데 계절이 나를 찾아오는지 내가 추억을 부르는 건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언제 왔다가 언제 가는지 묻지 않기로 한다 내 안에 그리움이 차면 올 것이요 내 속에 슬픔이 줄어들면 갈 것이기에 만나도 반갑지 아니하고 떠나도 서운치 않을 때까지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묻지 않기로 한다 2023. 12. 26.
[시] 친구가 그립다 친구가 그립다 - 임은숙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마땅히 할 이야기 없고 들려줄 상대가 없다 지나친 오만과 욕심은 늘 혼자인 공간을 정다운 기억 하나 없이 넓혀놓았고 둘러보아 부를 이름조차 없는 차가운 계절 안에서 첫눈이 내리기 전부터 나는 이미 봄을 갈망하고 있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아쉬운 풍경들 봄이 되고 싶다 냇물같이 누군가에게 흐르고 싶다 2023. 12. 25.
[시] 겨울 그리움 겨울 그리움 - 임은숙 밤하늘에만 별이 뜨는 건 아니지 겨울의 하얀 들에도 무수한 별이 뜬다 숲으로 사라지는 찬바람을 부르며 별들이 일제히 손을 흔들 때 반짝 반짝이는 그리움 너머로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하얗게 쌓인 별들 중에서 너의 별을 찾는 겨울엔 찬바람소리마저 그리움인양 사치스럽다 2023. 12. 25.
[시]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 임은숙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설렘과 사소한 것에도 눈시울이 젖어드는 떨림과 가슴 벅찬 환희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새벽이슬 같이 투명한 그리움과 자정의 바람 끝에 머무는 목마른 기다림과 이유 없는 슬픔 종내는 내가 먼저 너를 향해 뛰어가고 입을 맞추기까지 침묵 속에 갇혀 바싹 말라버린 수많은 나날들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고 눈에 묻혀버리며 초록의 꿈 위에 다시 서는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2023. 12. 24.
[시] 가을날 꿈의 대화 가을날 꿈의 대화 - 임은숙 누군가 기억하고 있을까 흰 눈 사이로 멀어져가는 운명이라 불렸던 붉은 상처와 서로만을 위해 뛰던 아픈 심장과 같은 꿈을 꾸던 우리의 대화를 어둠이 내리고 또 한 계절이 가면 떨어지는 낙엽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을까 못 다한 아쉬움을 다독이는 저기 저 펑펑 퍼붓는 눈송이가 그만, 이제 그만 쉬지 않고 속삭이는데 잊는다며 놓지 못한 가을날의 설익은 사연 종일 하얗게 흐느낀다 2023. 12. 23.
[시] 다 잊고 살려고 해 다 잊고 살려고 해 - 임은숙 네가 내게 했던 말들과 내가 네게 보였던 미소 그리고 낮과 밤이 엇갈리는 경계에서 무리 지어 몰려다니던 하얀 꿈들과 새벽이슬의 반짝임을 다 잊고 살려고 해 슬프지 않은 가을이 없듯이 아프지 않은 사랑이 있을까마는 떠나고 싶은 계절과 머물고 싶은 사랑 사이에서 두 번 다시 너로 하여 웃지 않고 너로 하여 울지 않을 거야 그 숱한 날들의 회색빛 사연들과 깊어갈수록 아파야만 하는 슬픈 사랑의 줄다리기 이제 다 잊고 살려고 해 2023. 12. 22.
[시] 그대 뒷모습 그대 뒷모습 - 임은숙 가로등 불빛아래 그대 뒷모습은 한없이 작았습니다 다시 한 번 부르고 싶은 뛰어가 다시 한 번 안고 싶은 그대입니다 부드러운 눈빛이었습니다 싸하게 느껴지는 외로움이었습니다 미소 뒤에 숨겨진 사연이 어쩌면 나의 그것과 닮아있어 더욱 기대고 싶은 그대였는지도 모릅니다 따스한 손길이었습니다 봄의 해살 같은 설렘이었습니다 두근두근 세차게 뛰는 가슴이 어쩌면 오랜 기다림과 닿아있어 더욱 함께 하고 싶은 그대였는지도 모릅니다 놓지 못할 아쉬움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부르고 싶은 이름 그대입니다 2023. 12. 21.
[시] 꽃잎이 지고 있습니다 꽃잎이 지고 있습니다 - 임은숙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오렌지 빛 노을이 슬프도록 아름답습니다 긴 그림자 하나 품은 오월의 숲길이 텅 빈 듯 가득 차있습니다 사랑도 꽃처럼 피었다 지는 것임을 미움도 때가 되면 꽃잎처럼 흩날리는 것임을 그대 다시 꽃처럼 피었는데 길 잃은 내 마음은 향기조차 느낄 수 없습니다 어깨 위에 수없이 내려앉는 꽃잎이 간절한 그대 부름인 줄 알면서 이토록 쉬이 외면하는 지독한 무심함이 낯설지만 퍽이나 자연스럽습니다 가장 찬란했던 내 생의 순간순간이 시간이 파놓은 세월구덩이에 꽃잎처럼 쌓이고 있습니다 2023. 12. 20.
[시] 초대 초대 - 임은숙 햇살이 좋아서 바람이 좋아서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햇살아래 바람을 마주하고 어디로 발길을 옮길지 고민합니다 괜히 나왔다고 후회하면서 애꿎은 신발만 흘겨봅니다 햇살이 참 좋습니다 바람도 참 좋습니다 함께 걸을까요? 손짓하고픈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햇살이 참 좋은데 바람도 참 좋은데 차 한 잔 할까요? 나를 불러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보이는 건 햇살뿐인데 어딘가에 바람처럼 숨은 그대 우리 함께 걸을까요? 2023.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