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834

[시] 우리 우리 - 임은숙 꽤 오랜 세월이라 부르는 우리의 어제는 간밤의 꿈과 같은 것 영원이라 믿고 싶은 우리의 내일은 안개와 같은 것 가버린 어제와 미지의 내일 사이에서 멀어진 것과 다가올 것을 두고 줄다리기하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 너무나 짧아요 우리 그 어떤 약속도 하지 말아요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기쁨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깐 2023. 12. 7.
[시] 겨울안부 2023. 12. 6.
[시] 빗소리를 베껴 쓰다 빗소리를 베껴 쓰다 - 임은숙 빗소리를 베껴 쓰는 손놀림이 여유롭다 어둠이 남아있는 새벽 창에 톡 톡 후드득 마음 벽을 두드리는 부름소리 세차게 뛰는 심장 네가 온다면 내가 간다면 빗소리를 흉내 내는 중얼거림에 한 가득 그리움이 고인다 2023. 12. 6.
[시] 틈새 틈새 - 임은숙 계절 따라 멀어져가는 기억이 있다 두꺼운 노트 속의 깨알 같은 글자들이 희미하게 빛바래어져 가고 싸늘한 커피 한 잔에 그리움마저 차갑게 식어 가는데 일찌감치 필요했던 너와의 간격이 이제야 때를 만난 듯 쉭쉭 바람소리 내뿜으며 틈새를 보인다 그 숱한 날들의 뜨거운 방황 둘 사이의 느슨해진 매듭은 긴 세월 앞에 침묵의 마침표를 원하고 있다 2023. 12. 5.
[시] 조각달 조각달 ​ - 임은숙 화려한 어제를 잊지 못해 고운 눈망울에 슬픔을 매달았나 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가고 오듯이 돌고 도는 세상사 영원은 존재하지 않는 법 기쁨 뒤엔 슬픔이요 슬픔 뒤엔 평화 문득문득 찾아드는 아픔에 뒤따르는 선택은 끝없는 인내와 무기력한 주저앉음 이제 슬픔은 치워요 어차피 지나갈 어둠인데 이왕이면 웃으며 가요 2023. 12. 5.
[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 - 임은숙 사무친 그리움이었다가 목마른 기다림이었다가 깡그리 타버린 개념 먼저 시작한 사랑의 대가 붉은 상처다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너의 목소리와 찬바람에 뒹구는 메마른 나의 마음이 零下의 거리에서 만나 빛바랜 기억을 웃으며 들출 수 있다면 소중했던 지난 시간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이에 꽃처럼 다시 피겠지 살짝 건드리면 짙은 향기를 뿜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이에 꽃처럼 다시 피겠지 2023. 12. 4.
[시] 어둠속을 걷다 어둠속을 걷다 ​ - 임은숙 설령, 그것이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 해도 결코 멈출 수는 없었다 네가 오지 않을 밤기차소리 처연한 밤과 고독이 눈처럼 쌓이는 시린 새벽 그 숱한 날들 어둠에서 黎明으로 黎明에서 다시 어둠으로 그림자처럼 달라붙는 불안을 십자가인양 짊어지고 혹시 네가 스칠까 바람소리에 귀를 세우며 丹心 하나로 걸어온 길 끝없이 이어지는 깊은 시련의 강들이 있는 줄 안다 자정으로 치닫는 시간 위로 하얗게 그리움이 퍼부을 때 정녕 꿈인가 바람 되어 귓가에 멈춘 너의 부름소리는 2023. 12. 3.
[시] 사랑디스크 사랑디스크 ​ - 임은숙 아직은 뜨거운 너와 나의 심장 더 이상 깊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 서로의 손을 놓아야 한다 만남과 동시에 추억 만들기에 급급했던 준 것보다 남은 것이 더 많은 우리 채우기에 앞서 비우기를 배워야 했다 “디스크가 꽉 찼거나 쓰기 금지되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세상 모든 연인들에게 사랑의 神이 내려준다는 전설의 디스크는 이미 사용불가상태 길 끝에 서면 다시 길이 생긴다 하였던가 길 끝에 서서 뒤돌아보니 아쉬움만 가득한데 2023. 12. 2.
[시] 노을빛상념 노을빛상념 ​ - 임은숙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는 얼굴 없는 바람처럼 그대는 늘 예고 없는 보고픔으로 나를 울립니다 줄어들지 않는 그리움 비울 길이 없어 나의 하얀 밤을 숙명처럼 기다리며 새들이 날아간 텅 빈 숲에서 노을을 마주하고 두 팔을 벌립니다 문득 어디선가 나를 훔쳐볼지도 모르는 작은 새를 의식하며 긴 그림자를 남겨둔 채 황황히 숲을 벗어났습니다 내려오는 어둠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해질녘 무영(无影)의 길 위에 촘촘히 널어놓는 상념 하나하나가 투명한 그리움입니다 2023. 12. 1.
[시] 목련의 悲情 목련의 悲情 ​ - 임은숙 빈 가지마다에 살포시 내려앉은 초록물감이 어떤 꽃을 피울까 몹시 궁금했는데 잠시 한 눈 파는 사이 간지러운 햇살아래 찬란한 꿈을 피웠다 누구한테 보이려고 하얗게, 하얗게 미소를 흘리는가? 내 님이 잠든 사이 풀잎처럼 누워있던 나의 꿈이 님 귓가에 그리움을 하소하듯 하고픈 봄 이야기 한순간에 터뜨리는가? 빗물에 씻겨 내릴 꽃잎의 사연을 기웃거리는 바람의 여유 앞에 흐드러지게 몸을 꼬며 찰나의 오늘을 가는 목련의 하얀 悲情 2023. 12. 1.
[시] 아침이 오려 하네 아침이 오려 하네 ​ - 임은숙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 앞에 잠을 깨는 것들이여 어둠 속의 긴 방황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타오르지 않아도 희망 하나 있어 두렵지 않다 아직은 차거운 여명 앞에 나의 설렘은 기다리는 내일이 있음이요 따뜻한 그대 부름이 있음이다 바람으로 흩어지는 추운 기억들 쓰린 상처 위로 피어나는 향기로운 꿈들 이제 아침이 오려 하네 2023. 11. 30.
[시] 태양의 戀書 태양의 戀書 ​ - 임은숙 진 붉은 태양의 戀書 해질녘 가지 끝에 걸렸다 바람 불고 어둠 내리면 그 누구의 그림자를 밟고 달님은 이곳을 서성일까? 타다만 수많은 그리움 새벽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2023.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