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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詩모음

任恩淑 감성詩 모음[12] "가을의 노래" 외

by 수ㄱi 2020. 12. 24.

 

 

 

가을의 노래

 

         - 임은숙

 

 

가을은

허무한 탄식으로 시작된다

 

도망치 듯 스쳐간

봄과 여름이

그 흔적마저 말끔히 지우려고

여기저기 굵직한 붓질을 한다

 

단풍처럼

눈시울을 붉혀도 괜찮은 계절

 

가을엔

누군들 슬프지 아니하리

 

꽃이 진 자리마다

깊어가는 상처

아픔이어라

슬픔이어라

 

떨어지는 낙엽 한 장

지금은 침묵을 필요로 하는 시간

하고 싶은 말은

가슴 깊이 접어두라 한다

 

 

 

 

 

 

가을은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 임은숙

 

 

보이지 않는 것과

낯설게 다가오는 것

 

계절의 길목에

바람이 인다

 

가고 오지 않는 사람

와서 가지 않는 기억

애써 외면해도

버리지 못한 미련

 

놓아주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성

 

꼭 잡으라

어디엔가 맞혀오는 메아리

 

 

 

 

 

 

또 하나의 가을은 오고

 

              - 임은숙

 

 

젖은 바람사이로

문득 들리는 새소리에

소스라치는데

 

영원을 품었던 순간들은

노랗게 날리는 이파리위로

나타났다 사라지고

 

아스라이 그리움으로 되돌아온

어제의 기억은

꿈속처럼 나를 울린다

 

내 안에

타인 같은 계절

 

멀어진 기억보다

다가온 추억이 아름다운 건

익숙한 계절 안에서

푸른 꿈을 만질 수 있기 때문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그 가을 그 숲길엔

그날처럼 네가 머문다

 

 

 

 

 

 

가을숲에서 답을 찾다

 

                 - 임은숙

 

 

그 숱한 질문에

미처 답을 못할까봐

이파리 하나하나에 적어서 준다

 

빈손에 받아든

묵직한 마음들을 잊은 건 아닌지

외로운 이에게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마음의 빛을 전해준 적이 있는지

과욕으로 타인에게

아픔을 주지는 않았는지

 

일정한 시간을 사이 두고

질문 하나씩을 던지는 나무와

가을빛에 무거워지는 나

 

수북이 쌓인

낙엽 위로 노을이 짙다

 

 

 

 

 

 

가을새

 

       - 임은숙

 

 

너의 고운 눈빛에

스치는 계절을 미처 담지 못할까봐

가을이다, 가을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우는

나는 너의 가을새

 

바람이 불면 겨울이 온다고

별이 뜨면 나의 별이라고

 

시린 가슴에

홀로인 노래는 슬픈데

노을이 머물다간 서녘하늘을 배경으로

자정이 지나 새벽이 오기까지

그렇게 울고 또 운다

 

 

 

 

 

 

가을밤엔 슬픈 시를

 

              - 임은숙

 

 

타인과 나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평행선을 찾아

밍밍한 시간을 보내고

 

밤하늘을 헤집는 바람에게

더 이상 뜨겁지 않은

내 마음을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

애써 외면해도

붉게 패인 상처는

멀리 보이는 별들만큼이나 아름답다

 

보내지 않아도

떠나는 것들

 

가을밤엔

슬픈 시를 쓸 수 있어 행복하다

 

 

 

 

 

 

붉은 가을

 

              - 임은숙

 

 

붉게

붉게 타고 있는 것들

 

끝없이

끝없이 날리는 것들

 

멀리

멀리 흩어지는 것들

 

바람 같은 세상

남겨진 계절 변두리에

쌓여

쌓여가는 것들

 

세월 따라 흐를 수 없는

다홍빛 아쉬움들

 

 

 

 

 

 

落花의 계절

 

            - 임은숙

 

 

더 깊게

사랑하게 하소서

 

바람 따라

어디론가 한없이 밀려가는 사유

 

그대가 있어

고독이 짙은 계절

 

처음이라는 말보다

마지막이라는 낱말에 뭉클해지는

가을에는

더 큰 사랑을 하게 하소서

 

뜨거운 날

미처 하지 못한 얘기

단풍잎에 붉게 새기며

먼 기억 속을 서성이게 하소서

 

落花도 꽃이런가

떨어지는 것과 이별하는 것들을

사랑이라 이름 하여

눈물 같은 어제를 떠올리게 하소서

 

 

 

 

 

 

낙엽이 나에게

 

         - 임은숙

 

 

서슴없이

뛰어들라 한다

 

운명이라면

망설이지 말라 한다

 

아픔도

사랑의 한 과정이라며

 

흐트러짐 없는

그 몸짓을

지켜보라 한다

 

그리고 이제

눈 감고 뛰어들라 한다

 

 

 

 

 

가을哀想

 

          - 임은숙

 

 

그대의 시간도

나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굳은 약속의 길 위에서

부서지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몸짓으로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맞습니다

 

가슴에 내리는 비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살대 부러진 우산

찬비 속에 흐느적거리는데

젖은 한숨사이

흐르는 어둠 길기만 합니다

 

새가 울어 꽃이 피나

꽃이 피어 새가 우나

그대 있어 내가 울고 웃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 그대는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긴 밤

짧은 노래는 슬퍼

멈추지 않는 침묵의 노래 하나면 족합니다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