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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詩모음

任恩淑 감성詩 모음[10] "먼 그대" 외

by 수ㄱi 2020. 12. 24.

 

 

 

먼 그대

 

           - 임은숙

 

 

스스로 선택한

어둠 앞에

촘촘히 쌓여가는 사연들

 

저 별은

알고 있을까

 

눈 감을수록

선명해지는 그리움은

멈출 수 없는 나의 슬픔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대와

어김없이 찾아드는

고즈넉한 어둠이 나의 긴 한숨임을

 

항상 가까이 두고픈

나의 먼 그대여

 

별을 안고

함께 별이 되고픈 이 간절함을

그대 정녕 아는가

 

 

 

 

 

 

오후 두시의 탁자에 턱을 괴고

 

                - 임은숙

 

 

무료한 시간 속에

자신을 던져 넣고

사뭇 다른 풍경 속을

서툰 몸짓으로 걷고 있는 나를 본다

 

촉촉한 설렘과

나른한 포만감이

잔잔함과 거침의 경계에서

빠른 속도로 미끄럼을 탄다

 

갑자기 밀려드는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행복

왈칵 뜨거운 것을 토해내고 싶은 시간

 

그리운 이름 하나

유월 한낮의 햇살처럼 창에 매달린다

 

 

 

 

 

 

오실 것만 같아

 

          - 임은숙

 

 

내가 한 눈 파는 사이

바람처럼

당신이 스쳐 지날 것만 같아

종일 그렇게 앉아있었지요

 

평온을 깨뜨리며

심술궂은 바람 한 자락이

당신 위해 마련한 의자 위의

얇게 쌓인 먼지마저 쓸어갈 때

서쪽 하늘엔

노을이 빨갛게 물들었지요

 

오실 것만 같아

꼭 오실 것만 같았는데

어느 사이에 내린

밤장막이

내 꿈을 산산이 부숴버리네요

 

 

 

 

 

 

그대의 눈빛

 

          - 임은숙

 

 

눈이 부셔서, 반쯤 눈 감고 가는

사랑의 길 위에서

굳이 마주앉지 않아도

느낌으로 전해지는 그대의 눈빛은 기쁨입니다

때로는 흐린 날 먹구름같이 우울한 그 눈빛이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슬픔조차 숙명으로 그러안으니

믿음의 길 위에 펼쳐진 희망입니다

 

 

 

 

 

 

두 사람의 旅程

 

            - 임은숙

 

 

몰려오는 그리움을 적다가

적고 또 적다가

그 사무침을 견딜 수 없어

창 너머로 손짓하는 한 잎 낙엽을 따라

거리에 나섭니다

 

낙엽이 가는 길을 나는 모릅니다

그렇다고 내가 가는 길을 아는 것도 아닙니다

 

애끓는 그리움 안고

마음으로 의지하고 사랑하라고

아주 옛날부터

우린 이렇게 마주치게 되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이 다하도록 멈출 수 없는 나의 사랑이

오랜 기다림의 연속이어도 좋겠습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둘만의 旅程이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런 날

 

        - 임은숙

 

 

울고 싶어도 울어지지 않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뜨거운 것이 눈가에 가득 고여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꺼이꺼이 통곡할 것 같은데

기어이 울어지지 않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울어버리면 그리움도 따라 줄어들 것 같기에

울어버리면 기다림도 따라 지쳐버릴 것 같기에

견딜 수 없이 슬퍼도

울어지지 않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그림자는 슬픕니다

 

           - 임은숙

 

 

조그맣게

기다랗게

모습을 바꾸면서

늘 그대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때론 모습을 감추기도 합니다

감추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태양이 지고나면

어둠이 오기 때문입니다

 

어둠 속에서 흘린 나의 눈물은

그대 가슴에 그리움으로 녹아내립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긴 한숨을 내뿜는

태양과 해바라기의 운명입니다

 

벅찬 행복에

온몸 세포 하나하나가 춤추며 반응하지만

다가오는 어둠 앞에

습관처럼 주저앉는 그림자는 슬픕니다

 

 

 

 

 

 

어둠 속을 걷다

 

               - 임은숙

 

 

설령, 그것이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 해도

결코 멈출 수는 없었다

 

네가 오지 않을

밤기차소리 처연한 밤과

고독이 눈처럼 쌓이는 시린 새벽

그 숱한 날들

 

어둠에서 黎明으로

黎明에서 다시 어둠으로

그림자처럼 달라붙는 불안을

십자가인양 짊어지고

 

혹시 네가 스칠까

바람소리에 귀를 세우며

丹心 하나로 걸어온 길

 

끝없이 이어지는

깊은 시련의 강들이 있는 줄 안다

 

자정으로 치닫는 시간 위로

하얗게 그리움이 퍼부을 때

정녕 꿈인가

바람 되어 귓가에 멈춘 너의 부름소리는

 

 

 

 

 

 

슬픈 미련

 

        - 임은숙

 

 

그날의 기적소리

추억의 이름으로 멀어져가고

 

가고 없는 너와

남아있어 괴로운 나 사이

더 이상 좁힐 수 없는 거리

 

오고 가는 계절 안에

가서 오지 않는 것이 있으니

자꾸만 밀려나는 시간이다

 

바람 찬 들녘에

기억은 아직 눈물처럼 뜨거운데

가버린 날들

정녕 잡을 수 없단 말인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빛바랜 음성

잊으라

잊으라

잊으라

 

 

 

 

 

추운 잎들과 함께

 

                - 임은숙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앞에

너와 나의 작은 인연이 위태롭게 흔들릴 때

긴 한숨 속으로 떠오르는

이별이라는 낱말이 생소하지 않다

 

세상 단 한사람이라며

그 숱한 기다림에 지쳐 쓰러지던 하루하루가

찬바람에 이리저리 나뭇잎처럼 날린다

 

나뭇잎처럼 날고 싶은 날

아무데고 날려가고 싶은 날

마음 통째로 날려 보내고 빈껍데기 한 장 달랑 잡고

원점으로 돌아가고 싶다, 마음 없는 여인이 되어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