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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詩모음

任恩淑 감성詩 모음[8] "아침의 숲" 외

by 수ㄱi 2020. 12. 22.

 

 

 

아침의 숲

 

          - 임은숙

 

 

빛이 스며드는 자리마다

퐁 퐁 퐁

솟구치는 기쁨이 있다

 

그대

아침의 창을 활짝 열어

맑은 바람 그러안으라

 

어디선가 새가 울면

숲은 향기로 가득하리

 

그렇다고

고요는 깨지 마라

 

모든 것이 일제히 숨쉬기 전까지

내 마음의 숲에

사랑이 곱게 피기까지

 

 

 

 

 

 

봄날

 

         - 임은숙

 

 

아마도

봄이 좋았던 게야

 

한없이 움츠러드는

가을이 싫어

찬바람을 등에 지고 추위를 인내했으리라

 

丹心 하나로

꽃은 봄을 피운다

 

잠시 멀어지는 길이

그리움이라면

서로 마주 가는 길은

행복이겠지

 

아픔으로 터뜨리는

꽃잎 하나하나에 찰랑이는 희열

 

봄처럼

기분 좋은 계절이 또 있을까

 

 

 

 

 

 

꽃이고 싶다

 

           - 임은숙

 

 

한 송이

꽃이고 싶다

 

향기로 너에게 닿아

바람의 입으로 그리움을 속삭이는

너를 위한 꽃이고 싶다

 

내 생각 속에

둥지를 틀고 있는 너의

찰랑이는 기쁨이 된다는 건

지친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된다는 건

벅찬 행복이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리움으로

너의 마음에 잔잔한 평화가 찾아든다면

내일도 오늘 같은 향기로 너를 부를 것이다

 

맑은 날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랑노래에

조용히 귀 기울이는

한 송이 꽃이고 싶다

 

 

 

 

 

 

유혹

 

           - 임은숙

 

 

다시, 향기가 되어

내게 오신 님

 

햇살의 미소

바람 같은 속삭임

 

그리웠다

안아보자

 

잠자던 내 마음에

어느 사이

촐랑촐랑 봄물 흐르는 소리

 

정다운 손짓

다가서고 싶은 마음

 

먼 듯 가까운

내 님을 향해

살며시 마음의 창을 연다

 

 

 

 

 

 

또 하나의 약속

 

       - 임은숙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살마저 초록이다

 

겨우내

우리의 눈을 피해 흐르던

그리움의 강은

작은 새의 조잘거림에

어설프게 눈을 뜬다

 

봄의 언덕에

풀잎처럼 일어서는 기억들

 

그 해 봄처럼

연분홍 미소를 입에 물고

하늘로 치닫는

나무의 생각을 엿보는데

 

아,

어딘가에 꽃처럼 숨어서

나를 부르는 너의 향기

 

한순간이라도

뜨겁게 사랑하자 발목을 잡는다

 

 

 

 

 

 

약속의 자리

 

 

한때

어느 사랑이 전세 냈던 자리에

바람이 쉬어간다

 

미처

들려주지 못한 고백과

보여주지 못한 마음이

먼지처럼 매달려

시간너머에 묻힌 외로움을 얘기한다

 

꽃이 피고 소나기 울고

낙엽이 뒹굴고 흰 눈이 날리던

약속의 자리에 남아있는

그 숱한 흔적들

 

먼 곳에 사람아

문득 떠올린 기억이 아픔이라면

해질녘 숲을 찾아

사랑이란 이름으로 좋았던 그 시간에 쉬어가라

 

 

 

 

 

 

바람의 꿈

 

         - 임은숙

 

 

어둠이 黎明과 만나는

어느 길목에

서성이는 찬바람이 너인 듯싶어

밤새 잠을 잃었다

 

바람 같은 자유를 주고픈 너에게

굵은 올가미를 걸어놓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나는 말했지

 

내 곁에 머무는 너의 마음이

그토록 불안했던 이유

 

달맞이꽃의 노란 한숨과

차마 뿌리치지 못해 슬픈 회색빛 사연

 

바람에겐 꿈이 없다고

누가 말했는가

 

허구한 날 어둠속의 방황도

한 줄기 빛을 위한 몸부림인 것을

오직 하나의 꿈을 위해

결코 멈추지 못하는 그 자신과의 약속인 것을

 

 

 

 

 

 

길 위에 서서

 

          - 임은숙

 

 

사랑 하나

등에 지고

그 위에 미움 하나 얹었다

 

위태로운 걸음 뒤로 부서지는

방울방울의 눈물꽃

 

긴 旅程 곳곳에 떨어뜨린

나의 우울한 방황과

아침이 밝아올 즈음

파리하게 얼어버릴 나의 표정이 두렵다

 

길 위에 서서

길을 찾아 헤매는

오류에 오류를 거듭하지만

결코

시작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빈자리

 

            - 임은숙

 

 

둘이어서

덜 외로운 건 아니다

 

홀로일 때보다

둘이어서 흘린 눈물이 더 많았음을

 

너와의 소통은

나의 요원한 바램이었고

둘 사이를 가로지른 침묵은

평온을 가장한 毒이었지

 

더 이상

너로 하여 뛰지 않는 나의 심장과

배신의 길모퉁이에

조그맣게 남아있는 미련

 

혼자라는 사실보다

둘이일 때의 빈자리가

외로움을 부르는 법이다

 

 

 

 

 

빗소리에 취하다

 

         - 임은숙

 

 

비오는 밤엔

절로 귀가 열린다

 

평소엔 들리지 않던

온갖 소리가 허공을 메우며

검푸른 슬픔 속에

나를 가둔다

 

유리창에 매달리는 빗방울

세다가 말다가

애써 태연한 척 눈을 감으면

 

전부를 그러안지 못했던 아쉬움과

깡그리 비워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밤새 몸살을 앓는다

 

그 누구의 위로가

절실한 밤

열린 귀는 닫힐 줄 모르고

꽃 같은 사연만이 눈물로 피고 지고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