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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詩모음

任恩淑 감성詩 모음[5] "바보들의 사랑이야기" 외

by 수ㄱi 2020. 12. 20.

 

 

 

바보들의 사랑이야기

 

           - 임은숙

 

 

내 작은 마음하늘에

눈부신 햇살이 가득한 날이나

구질구질 비 내리는 어두운 날이나

그대는 늘 함께였습니다

 

싱그러운 미소로, 뜨거운 포옹으로

가끔은 가을나무의 쓸쓸함으로

그대는 늘 함께였습니다

 

가슴가득 느껴지는 행복사이로

살포시 고개를 내미는 아픔

그대의 미소로 지워버립니다

그대의 포옹으로 녹여버립니다

 

어느 날엔 큰 산 같은 그대에게 기대여

작은 새처럼 그대를 의지하기도 하고

어느 날엔 많이 힘들어 보이는 그대한테

내 작은 어깨 내어주기도 합니다

 

세상 끝까지 함께 가야 할 그대

힘든 사랑 앞에 안쓰러움으로 서로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무엇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미래가 있다고 믿으며

숙명의 오늘을 사는 바보, 그대와 나입니다

 

 

 

 

 

 

그리움의 강 사이 두고

 

              - 임은숙

 

 

잠자는 시간동안의 헤어짐도 못내 아쉬워

충혈된 눈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던

투정 많은 그 여자

 

그 여자에겐

스치는 바람의 흐느낌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가을 들녘도

감동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움의 강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기는 것이야말로

그 여자의 가장 절박한 소원이었기에

 

짧기만 한 통화시간 고무줄처럼 늘이지 못해

가느다란 전화선만 애꿎게 집어 뜯던

심술쟁이 그 남자

 

그 남자에겐

반짝이는 네온사인사이로 오가는 연인들의 속삭임도

자정 지난 노천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애달픈 사랑노래도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기다림 저편에 쓸쓸이 자리한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는 것이야말로

그 남자의 가장 절박한 바램이었기에

 

그리움의 강 사이 두고

달 밝은 이 밤도 처절한 몸부림으로 서로를 부르는

그 여자 그리고 그 남자

 

 

 

 

 

 

눈사람의 하얀 꿈이

 

                  - 임은숙

 

 

매서운 바람이 스치고 지난 거리에

조용히 어둠이 깔리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짙은 어둠 속을 두리번거리지만

종일 생각 속에 머문 그대는 이 시간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움의 무게만을 더해주는 차거운 계절을 탓하며

어딘지 모를 곳으로 정처 없이 달리는

열차의 뒤꽁무니에 바람처럼 매달려봅니다

그렇게라도 그대에게 닿고 싶은 마음입니다

 

긴 밤이 시작되는 길목

종이부스러기처럼 흩날리는 눈꽃을 기다립니다

 

머리 위에, 어깨 위에 하얗게 눈이 쌓여 작은 눈사람이 된 나를 봅니다

변함없이 한자리에서

새벽을 기다리고 아침을 맞이하고 또 하루를 보내며

먼지바람 속에서도 오직 하나의 하얀 순정으로

그대와의 봄을 꿈꾸며 추위에 주저앉지 않는 눈사람이 된 나를 봅니다

 

긴 추위를 인내한 한 송이 매화꽃이 화사하게 미소를 지을 때

싱그러운 초록의 입맞춤에 한 줄금 환희를 숨 가쁘게 토해내며

간지러운 햇살 앞에 기지개를 켜는 작은 풀잎처럼

나, 그대 가슴에 투명하게 녹아버릴 것입니다

뜨거운 그대의 혈관 속으로 봄이 되어 흐를 것입니다

 

 

 

 

 

 

고독의 시

 

           - 임은숙

 

 

별 같은 환상만으로

순간의 희망을 안고 내일로 가기엔

슬픔의 깊이만큼이나 진한 고독을 짊어져야 합니다

하나씩 잃어가며 얻어지는

작디작은 빛들은

가슴 떨리는 아픔의 대가입니다

 

그대가 나에게

내가 그대에게

사랑한다 속삭이며 뜨겁게 포옹하는 날까지

우리는 식은 차 한 잔과 스산한 바람의 대화를

수없이 엿들어야 합니다

 

밤기차소리가 처량하게 들려올 때

그대의 따스한 음성은 늘 내 귀가에 머무르고

슬픈 듯 흐느끼는 뻐꾸기울음소리

내 그리움이 되어 그대 창을 두드리고

 

하나씩 밀려왔다 다시 멀어져가는 하얀 밤이

잎새 끝에 매달려

새벽이슬 같은 여운을 남깁니다

 

 

 

 

 

 

그리움의 반란

 

            - 임은숙

 

 

그대의 차가운 빈자리가

내 가슴에 시커먼 구멍을 뚫습니다

 

새삼 그대와 나 사이의

허물래야 허물 수 없는 그 벽의 존재로

가슴 한편이 싸하니 시려옵니다

 

예기치 못한 슬픈 상황마저도

무가내로 견뎌야만 하는 무기력함이

나를 슬픔에로 몰고 갈 때

그대 정녕

너 사랑한다 외칠 수 있는 겁니까!

 

새벽녘 풀잎에 맺힌 한 방울 이슬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내 사랑을 그려보며 그 두려움에

사뭇 떨리는 몸짓으로

이 밤 차거운 달빛과 마주앉았습니다

 

 

 

 

 

 

그림자

 

       - 임은숙

 

 

차가운 별 하나 창을 기웃거리는 시간

당신에 대한 나의 그리움은

뜨거운 기도의 눈물이 됩니다

 

아주 옛날 당신과 알지 못할 때의

나의 슬픈 방황을 떠올리며

어둠의 터널 속에서 손잡고 허덕이는

우리를 봅니다

 

당신과의 작은 사랑이 큰 행복 되어

그제날의 아픔이 빛바래어져가는 지금

나는 당신의 그림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밤이면 모습을 감춰야만 하는

참으로 슬픈 그림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오늘이 행복이라는

숙명의 만남이기에 우리는 언제까지고 하나라는

당신의 그 한 마디에 내 전부를 걸고

오직 한 사람의 슬픈 그림자가 되어

이 밤도 찬별로 밤하늘에 자리합니다

 

 

 

 

 

 

사랑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 임은숙

 

 

밀려오는 그리움에 잠시 모든 걸 잊고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변 모든 것이 좀 전과 다를 바 없는데

내 마음은 왜 순간적으로 떨리는 걸까요?

 

소리 내어 그대를 부르고 있습니다

별일 없는 거지요?

 

그리고 잠시

세차게 뛰는 마음 진정합니다

 

노랗게 타들어가는 나의 그리움이

그대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목마른 나의 기다림이

그대 어깨에 무게를 더하지 않도록

커져만 가는 나의 사랑이

우리의 내일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너무 그리워하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처럼 내 마음에 자유를 주어야겠습니다

 

 

 

 

 

 

아름답게 빛날 모든 것에

 

              - 임은숙

 

 

슬픔이라 부르지 않겠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이 뜨거운 것을

눈물이라 이름하지 않겠습니다

 

외로움이라 부르지 않겠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 쌓이는 어둡고 무거운 것을

고독이라 이름하지 않겠습니다

그대 사랑하며 가는 길에 나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제라 믿겠습니다

 

기쁨이라 하겠습니다

설렘이라 하겠습니다

행복이라 하겠습니다

그대와 사랑하며 가는 길에 만나는 모든 것에

아름다운 이름 붙여주기로 하겠습니다

그대로 하여 못난 내가 빛나듯

어둡고 무거운 모든 것에

밝은 이름 붙여주기로 하겠습니다

 

우리 사랑으로 빛날

세상 모든 것에

 

 

 

 

 

 

내 아픈 사랑

 

          - 임은숙

 

 

모든 것을 예감하고 시작하지 않았던가요?

 

함께 하는 시간보다

떨어져 그리워하는 시간이 많을 줄 알고

시작한 우리 만남 아니던가요?

 

손잡은 기쁨과 행복보다

외로움과 서글픔의 量이 더 많을 줄 알고

시작한 우리 사랑 아니던가요?

기다림으로 가슴이 가맣게 타서 재가 될 줄 알고

시작하지 않았던가요?

 

그러나

지금에 와서 아픕니다

바람처럼 스치는 연인들 그림자만 봐도 슬픕니다

따스한 찻잔 마주하고도

차가운 빗줄기 속에 서있는 듯 쓸쓸함에

눈물이 흐릅니다

 

내 사랑은 모든 걸 이겨나갈 거란 각오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지금은

아픕니다

슬픕니다

못 견디게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이별에는 완성이 없다

 

               - 임은숙

 

 

새벽이 오기전까지의

따분하고 무의미한 시간들에

커다란 날개를 달아 등을 떠밀고 싶은 충동

 

여명전의 고요

수십, 수백, 수천 번 반복되는 무기력한 몸짓

 

희미한 새벽빛 속으로

아침이슬이 살포시 눈을 뜨면

비로소

툭툭 털고 일어나 어둠을 뒤에 남기고 나는 떠나겠지요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낯선 시작의 길에

스치는 바람에게 어수룩한 미소 보이며

다시 언젠가처럼 눈망울에 두려움을 담겠지요

 

움츠릴수록 더더욱 파고드는 가슴 시린 바람의 사연은

안 그래도 울고 싶은 나에겐 통곡의 이유가 되겠지요

 

시간이 흘러 어둠 걷힌 아침공기에

심한 갈증을 느끼며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위태롭게 찬거리를 서성일 때

다가와 잡아주는 손길이 있겠지요

 

햇살처럼 눈부신 나의 여름이겠지요

찰랑찰랑 물소리가 들리는 사랑이겠지요

슬프도록 아름다운 오렌지빛 노을을 향해 걸어가겠지요

어둠이 내리기전까지는...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