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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詩모음

任恩淑 감성詩 모음[4] "사랑하기" 외

by 수ㄱi 2020. 12. 20.

 

 

 

사랑하기

 

      - 임은숙

 

 

햇살과 잔디의 부딪침 같은 당신을 만나

나에겐 막무가내로 견뎌야만 하는 조목조목들이 참 많습니다

어린 소녀처럼 모든 일에 단순하기

독버섯처럼 자라는 욕심 버리기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툴 때엔 목소리 낮추기

멀리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기...

 

또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 안에 깊이 자리한 당신이기에

나한테 쉽지마는 않은 약속을 해줘야겠습니다

늘 한결같이 따뜻하기

많이 감싸주고 격려해주기

잘하고 있다고 자주 칭찬해주기

바쁜 시간 쪼개어 함께 해주기...

 

무작정 기쁨을 안겨주는 행복의 티켓만은 아닌 사랑에는

힘들고 무거운 참고 견딤의 약속이 있는 줄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당신과 오래도록 함께 하기 위하여

참고 견디는 법을 조금 더 배워야겠습니다

 

 

 

 

 

 

표현하는 사랑

 

               - 임은숙

 

 

바라볼 수 없는

눈빛이 있습니다

 

내게 닿지 못하는

손길이 있습니다

 

길이 아닌 길에 들어선

불안한 마음 앞에

목마른 기다림이 있습니다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입으로

날씨를 얘기하고

언제 들어도 정다운 목소리로

일상을 얘기하고

 

내 생각을 속속들이 꿰뚫는 그 마음

슬쩍 뒤로 감추는

드러내지 않는 사랑 때문에

짊어진 야속함이 가볍지 않습니다

 

깊이와 길이를 잴 수 없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아낌없이 주고받는

순간순간이고 싶은데

표현하지 않는 사랑 때문에

훔쳐듣는 바람소리가 흐느끼듯 슬픕니다

 

 

 

 

 

 

사랑을 꿈꿉니다

 

         - 임은숙

 

 

그대가 못 견디게 그리운 날

어둠속에 촛불 밝히고

눈 내리는 포근한 밤을 떠올립니다

 

크리스마스카드 배경처럼 하얀 창밖을 바라보며

따스한 촛불너머로

그대와 나 사랑얘기 나누는 그날을 떠올립니다

 

늘 새롭게

세상 그 누구에게도 비교될 수 없는

우리만의 사랑노래로

밀려오는 서운함과 아픔을 몰아내고

멋진 사랑을 꿈꿉니다

 

늘 가까이 두고 싶은 욕심이

그대를 향한 그리움만큼이나 큰 미움으로 다가올 때

밤바람에 실려 오는 아름다운 기억들이

사랑은 멀리 있어도

따스한 마음 하나로도 충분함을 깨우쳐줍니다

 

힘껏 팔을 뻗어도 내 손이 닿지 않는 그대와

하얀 설경 속을 거닐고 싶습니다

 

 

 

 

 

 

동행, 그 꿈길에서

 

          - 임은숙

 

 

설렘입니다

함께 하는 일초가 아쉬웠던 그 순간순간들은

초록의 잔디 위에 피어난 연분홍빛갈의 떨림이었습니다

 

기쁨입니다

나뭇가지사이를 빗살처럼 새어들어

눈을 뜰 수가 없는 햇살 같은 환희였습니다

 

아픔입니다

잠에서 깨어 다시 꿈속까지

종일 이어지는 그리움은 차라리

안개꽃 같은 슬픔이었습니다

 

환상입니다

시냇물처럼, 때론 거대한 파도처럼

거역할 수 없는 현실에 전율하는

밤하늘 끝자락에 던져보는 한 조각 꿈이었습니다

 

믿음입니다

긴 여행의 종착역에 이르기까지

잡은 손 놓지 않고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세상 단 하나의 신앙이었습니다

 

 

 

 

 

 

등대의 길

 

             - 임은숙

 

 

비릿한 바람소리 저편으로

찬별의 슬픈 눈망울이 애처롭습니다

 

물속 같은 고요, 밤의 기이한 정적 속에서

찬바람사이를 숨바꼭질하는 갈매기의 울음소리만이

날개가 주어지지 않은 나에게

먼 곳의 소리를 듣는 법을 일깨웁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귀에 들리는 것이

더욱 간절한 시간

정다운 모습보다

그대 속삭임이 더욱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닌

비어버린 마음을 붙안고

오직 하나의 자리만을 고집하며

기다림의 등불 밝혔습니다

 

어둠이 가시고 바람이 잠들면 그대 오시나요?

 

숙명 같은 기다림으로

어제 같은 오늘을 갑니다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유일한 하나의 길을 갑니다

 

 

 

 

 

 

점과 점

 

                - 임은숙 

 

 

한 장의 백지에 찍혀진 두 점

우리는 그 두 점입니다

 

둘 사이를

그 어떤 선으로도 이어놓을수가 있습니다

빙 에돌며 멋지게 휘어진 곡선이나

간단하고 곧은 직선

어떻게든 이어놓을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맞닿을 수는 없습니다

나란히 함께일 수는 없습니다

그저 눈빛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는 점을 지웠다가

다시 그릴 수는 없을까요?

바로 그대 곁에

다시 그려 넣을 수는 없을까요?

 

 

 

 

 

 

그리움아, 나 좀 재워주렴

 

              - 임은숙

 

 

나 혼자만이 하는 사랑 아니지요?

당신과 둘이 하는 사랑이지요?

 

그런데 왜

나만이 슬픈 듯

나만이 아픈 듯

나만이 보고픈 듯

나만이 괴로운 듯

가슴이 시려올까요?

 

잠자려고 누우면

그리움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구석으로 나를 몰아요

그리움에 갇혀 온갖 잡념들과 씨름하다보면

어느 사이 동녘하늘이 희붐히 밝아오지요

 

다시 시작되는

슬픔, 아픔, 그리움, 괴로움이

반가운 듯 매달리는 하루의 시작이지요

 

 

 

 

 

 

새벽 세시의 바람소리

 

                - 임은숙

 

 

누군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걸까요

거세어지는 바람소리

내 흔들리는 날들의 슬픔 같은

차거운 바람 속으로

그대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졌다합니다

 

그대를 위해 열어두었던 창을 닫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묻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어냐고

 

기다림이라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데

다시 창을 두드리는 바람소리 요란합니다

그대가 오고 있는 걸까요

 

 

 

 

 

 

기다림의 길

 

           - 임은숙

 

 

쌓여가는 그리움 위로

하나 둘

부서져 내리는 아쉬움

 

한겨울 빙판길을 걷듯

늘 소심스러운

그대 향한 마음입니다

 

바람의 강약(强弱)처럼 반복되는

불안

 

걷고 걸어도 줄지 않는

그리움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엔

노란 갈증이 낙엽처럼 흩날립니다

 

가고가도

끝이 없는

 

그대에게 가는

기다림의 길입니다

 

 

 

 

 

묻지 마세요

 

                - 임은숙

 

 

그대 그립냐고

묻지 마세요

 

계절이 깊어갈수록

더더욱 사무치는 그대랍니다

 

오신다는 약속은 없지만

언젠가는 꼭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기에

오늘도 기다림으로

단풍잎 같은 그리움 엮었답니다

 

습관처럼 그대에게로 향하는

그리움을 잡아두지 못해

하루 스무 네 시간 그대를 내안에 가둔답니다

 

지독한 그리움을 주고서

그립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해야 합니까?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