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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詩모음

任恩淑 감성詩 모음[3] "내가 봄이 좋다고 하는 이유" 외

by 수ㄱi 2020. 12. 19.

 

 

 

내가 봄이 좋다고 하는 이유

 

                    - 임은숙

 

 

누구는

푸르게 변해가는 나뭇잎이 눈물 나도록 아름다워서 좋다고 하고

또 누구는

싱그러운 풀잎의 가벼운 설렘이 있어 좋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봄비 속을 거니는 차분함이 좋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절이어서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 봄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열린 창문으로 시원히 밀려드는 새벽공기에

푸른 빛깔의 그리움을 가득 담아 그대에게 전할 수 있음이 기쁘고

수억 만개의 보석을 쪼아 박은 것처럼 빛나는 봄밤의 뭇별들과

꿈에서조차 헤어지기 싫었던 만큼의 행복을 속삭일 수 있어 즐겁습니다

 

내가 이 봄을 좋아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사랑하는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비

 

     - 임은숙

 

 

넘치는 그리움입니다

벅찬 기쁨입니다

어둠의 긴 잠 깨운 그대라서

더욱 반가운 마음입니다

어쩌면 그대인 듯싶어

두 팔 벌려 맞이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기다림이 불러온 만남이라서

기꺼이 무지갯빛 낙원 속으로 뛰어드는지도 모릅니다

기다림에 말라버린 이 내 가슴

촉촉이 적셔주는 그대, 그대

 

 

 

 

 

 

길모퉁이를 돌며

 

              - 임은숙

 

 

잠자리 날갯짓을 따라가면

그대 나타날 것만 같아

 

굽이굽이 모퉁이를 돌아

흔들리는 풀꽃 위에 내 그림자를 그렸지

 

꽃이 아름다운 건

그 속에 그대 향기 있음이요

그림자가 외로운 건

놓을 수 없는 그리움 때문인가

 

낯선 듯 익숙한 풍경 안에서

둘만의 꿈은

마냥 둥글어가고

 

손을 잡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은 늘 서로에게 닿아있는 우리에게

어디선가 전해지는

예언 같은 한마디

 

별이 그토록 눈부신 건

잡을 수 없는 거리 때문이 아니라

내일도 어김없이 떠오를 거라는 약속이라고

 

 

 

 

 

 

그대를 사랑함에

 

         - 임은숙

 

 

그대를 사랑함에

부끄러움 없기를

 

벚꽃 잎 흩날리는 봄날이 가고

다시 낯설지 않은 계절 속에

나 홀로의 발자국 찍을지라도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지 아니하고

잎이 진다고

그대를 지우지 아니하고

꽃이 피면 피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그대를 바라보는 내 눈빛이

한결같기를

 

나를 향한 그대 눈빛을

흔들림 없이 마주볼 수 있기를

이슬 머금은 꽃잎 하나도

내 사랑처럼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함께 하는 행복도

때로는 아픔임을, 슬픔임을

 

맞잡은 두 손으로

모든 걸 헤쳐갈수 있기를

 

 

 

 

 

 

지상의 한 잎 사랑

 

               - 임은숙

 

 

물같이 흘러

내 곁에 오신 님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입과

그대 모습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그대 향기 맡을 수 있는 코와

그대 속삭임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시여 고맙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님

 

세상 많은 것들 중에서

둘이 함께 하는 시간과

찬란한 그대의 미소와

진실한 그대의 마음을

 

그리고

내 작은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지상에서 유일한 그대를 소유하여 행복합니다

 

이제 해가 뜨고 지는 일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잔잔한 기쁨의 조각 쌓아가며

저녁노을 속에 아름다운 두 그림자로 서겠습니다

 

 

 

 

 

 

바보의 일기

 

               - 임은숙

 

 

밤새 잘 잤냐고요?

천만에!

 

장밤

달리는 열차의 떨림으로

당신을 기다리지 않았던가요?

 

눈으로 전해지는 느낌만이 사랑이 아니라던

당신의 그 말 떠올리며

살포시 눈 감고

마음으로 느껴보려 애쓰지 않았던가요?

 

곁에 없어도 가까이 있는 듯한

그 느낌이 사랑이라기에

차거운 바람소리 들으며

당신의 빈자리 더듬지 않았던가요?

 

당신과 함께 장밤을

달리지 않았던가요?

 

 

 

 

 

 

노을빛 상념

 

           - 임은숙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는

얼굴 없는 바람처럼

그대는 늘

예고 없는 보고픔으로 나를 울립니다

 

줄어들지 않는 그리움

비울 길이 없어

나의 하얀 밤을 숙명처럼 기다리며

새들이 날아간 텅 빈 숲에서

노을을 마주하고 두 팔을 벌립니다

 

문득 어디선가 나를 훔쳐볼지도 모르는

작은 새를 의식하며

긴 그림자를 남겨둔 채

황황히 숲을 벗어났습니다

 

내려오는 어둠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해질녘 무영(无影)의 길 위에 촘촘히 널어놓는

상념

하나하나가 투명한 그리움입니다

 

 

 

 

 

 

바보처럼 말이에요

 

            - 임은숙

 

 

참 많이 좋아하죠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사람 말이면 무조건 따르지요

상식적으로도 아니다싶은 그런 일도

그 사람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참 많이 좋아하죠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사람 말이면 무조건 따르지요

사랑은 믿음이라고 한 말

그 사람 말이니까 무조건 믿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참 많이 좋아하죠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사람 말이면 무조건 따르지요

해님처럼 믿으면서 슬퍼도, 아파도

언제까지고 그 한사람만을 위하리라 다짐했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내 자존을 깡그리 버리고

한 사람만 바라보며 세상 끝까지

해바라기미소로 동행하리라 다짐했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바람 세차도

한결같은 내 마음이

햇살 포근한 어느 봄날

거짓말처럼 주저들었지요

내 머리를 기대기엔 너무나도 슬픈 그 어깨

우리의 영원은 너무나도 아득하다는 걸

문득 느꼈지요

그러면서도 헤어나올 수가 없었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배경

 

        - 임은숙

 

 

밤을 갈망하는 나와

빛을 기다리는 너

 

태양의 영원한 배경이

하늘인 것처럼

나의 배경은 언제나 너였다

 

이마를 적시는 것을

빗물이라 하고

뺨을 적시는 것을

눈물이라 이름하며

 

맑은 날에도

늘 촉촉이 젖어있는 나의 시간들이

조용히 감싸주는 너로 하여

충만해짐을 너는 알고 있을까?

 

나의 미소가

너에겐 기쁨임을

너의 기쁨이

나를 빛나게 하는 것임을

 

빛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는 한

어둠속에도

오늘을 완성해가는 설렘이 있음을

 

 

 

 

 

 

이제 갑니다

 

        - 임은숙

 

 

봄바람처럼 감미로운 그대 숨결을 찾아

아득히 펼쳐진 먼 길을 떠납니다

 

눈부신 태양빛이 동행하는

그 길 위에 바람의 노래가 정겹습니다

 

어둡고 험한 숱한 날들을 거쳐

풍요의 땅, 그대 사랑이 숨 쉬는 곳

운명 같은 그대에게로 이제 갑니다

 

밀려오는 황혼빛 노을 속에

내 사랑의 나래 활짝 펼쳐

두려움 없는 몸짓으로 그대에게로 이제 갑니다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