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감성詩모음

任恩淑 감성詩 모음[2] "아침이 오려 하네" 외

by 수ㄱi 2020. 12. 19.

 

 

 

아침이 오려 하네

 

              - 임은숙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 앞에

잠을 깨는 것들이여

 

어둠 속의 긴 방황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타오르지 않아도

희망 하나 있어 두렵지 않다

 

아직은 차거운 여명 앞에

나의 설렘은

기다리는 내일이 있음이요

따뜻한 그대 부름이 있음이다

 

바람으로 흩어지는

추운 기억들

 

쓰린 상처 위로 피어나는

향기로운 꿈들

 

이제

아침이 오려 하네

 

 

 

 

 

 

5월 수채화

 

           - 임은숙

 

 

흩어지는 라이라크향기 속에

옛 생각이 어지럽다

 

꽃이 피어 기쁜가

잎이 지어 슬픈가

 

어차피

오고가는 인생의 섭리

 

5월의 언덕에서

안타까이 그대를 부를 때

마음 깊은 곳에선 이미 낙엽이 흩날리고 있었음을

 

귀에 익은 휘파람소리

들리는 것 같아

자꾸만 뒤돌아보는 그 언덕에

때 아닌 찬바람만 서성이고

가녀린 가지 위에 두툼하게 내려앉은 꽃은

말없이 꽃잎만 떨어뜨린다

 

메마른 가슴에

뚝뚝

떨어져 퍼지는 보랏빛물감

 

다시 봄이 간다

 

 

 

 

 

 

이제 봄인가

 

         - 임은숙

 

 

한겨울

너와 나의 눈을 피해 흐르던 강물과

우리의 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던 새들과

그들이 흔들어 깨운

나의 새벽

창가에 떨어뜨린 저녁별의 눈물이

세상을 향해

연둣빛기지개를 켜는데

 

바람에 부서져 내린

한자락 슬픔은 누구의 그리움인가

 

애써 숨기지 말라

크게 외쳐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메아리

 

이제 정녕 봄인가!

 

 

 

 

 

 

빗소리, 추억을 불러오다

 

              - 임은숙

 

 

이 밤

나를 적시는 것에

추억이라 이름하며

그날의 빗속을 거닌다

 

어둠속으로 다가오는

너의

눈빛과 하얀 입김

 

그 시간 안에

너와 나의 두 손은 굳게 포개져있다

 

잡힐 듯한 아쉬움

젖은 한숨

 

세상을 향해

사랑한다 외쳤더라면

 

내리는 것 모두가 빗물이 아님을

날리는 것 모두가 빗방울이 아님을

비바람에 날고 날아

누군가의 창가에 추억으로 내릴 나를 그려본다

 

 

 

 

 

 

가출신고

 

         - 임은숙

 

 

돌아오는 길을

잊은 걸가요?

 

바람이 잠든 사이

하얗게 눈은 쌓여만 가는데

 

오색의 계절 빛을 따라나선

내 마음은

지금 어디에?

 

떠난 지도 이슥한데

돌아올 때도 되었는데

 

텅 비어버린 내안에

쌓이는

하얀 흐느낌들

 

어느 숲길 외딴 곳에서

아직도 방황을 멈추지 못한 내 마음을

그대 혹시 보셨나요?

 

 

 

 

 

 

흔들리는 도시

 

          - 임은숙

 

 

작은 도시의 11월은

어둠이었네

 

한없이 먼 그대 닮은 바람에

차거운 내 뺨을 비비며

날리고픈 그리움을

마른 낙엽에 얹어놓았네

 

둘러보아

보이지 않는 그 숱한 언어들

침묵의 계절엔

입에 빗장을 걸라 하네

 

여러 갈래의 낯선 길들과

또 다른 이름의 우리

 

눈 먼 바람처럼

다시

뜨겁게 부딪칠 수 있을까?

 

 

 

 

 

 

추억

 

            - 임은숙

 

 

어차피

함께 흐르지 못할 것을

 

강은

나무를 버려두고 간다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인연들처럼

 

마주하지 않아도 보이는

추억이

저만치 묻어가는 것도 모른 채

 

세상엔

영원보다 무거운 순간이 있다는 것을

세월에 씻기지 않는 기억이 있다는 것을

강은 모른다

 

 

 

 

 

 

차 한 잔의 비애

 

                   - 임은숙  

 

 

그대 곁에 놓이는 순간

뜨거운 가슴이었습니다

설렘

그리고 환희

조용히

그대 눈빛을 바라봅니다

가슴 졸이며

그대 손길을 기다립니다

그 무언가

그대를 힘들게 하나봅니다

그 무언가

그대를 아프게 하나봅니다

서서히

그대 눈빛이 나에게로 향합니다

식어버린 가슴과

잃어버린 향기의 나는

이제

차겁게 자정의 쓸쓸함으로 그대를 인도해야만 합니다

그랬습니다

 

 

 

 

 

 

마음의 뜰에

 

               - 임은숙

 

 

너의 시간 속으로

떠나고 싶어

마음에 작은 집을 짓고

뜰에는 기도의 나무를 심었다

 

가지 끝에 매달린 연둣빛 보고픔이

여름날 소나기에 푸른 미소 짓더니

 

종내는

누런 열물을 토하며 야위어갔다

 

허공중에 찬바람으로 배회하는

미지의 방황

 

멀고멀어서

높고 높아서

닿지 못하는 네가 사무치게 미운 날

눈이 내렸다

 

쌓여가는 만큼

사랑도 둥글어간다며

하얗게 하얗게

그리움이 내렸다

 

 

 

 

 

너와 나의 배경

 

             - 임은숙

 

 

생각과 생각이 만나는 것

마음과 마음이 부딪치는 것

 

같은 하늘아래

서로 다른 시간 속을 달리면서

잠자기 전이나 아침에 눈을 뜰 때

밥을 먹거나 숲길을 거닐 때

일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어쩌면 일하는 시간마저도

그리움을 놓지 않는 것

그 기쁨을, 설렘을, 행복을

사랑이라 했다

 

바람이 알고

나뭇잎이 아는 사연

별이 알고

새벽이슬이 아는 사연

 

너와 나, 둘만의 계절 속엔

봄빛이 무성하다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