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봄이 좋다고 하는 이유
- 임은숙
누구는
푸르게 변해가는 나뭇잎이 눈물 나도록 아름다워서 좋다고 하고
또 누구는
싱그러운 풀잎의 가벼운 설렘이 있어 좋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봄비 속을 거니는 차분함이 좋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절이어서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 봄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열린 창문으로 시원히 밀려드는 새벽공기에
푸른 빛깔의 그리움을 가득 담아 그대에게 전할 수 있음이 기쁘고
수억 만개의 보석을 쪼아 박은 것처럼 빛나는 봄밤의 뭇별들과
꿈에서조차 헤어지기 싫었던 만큼의 행복을 속삭일 수 있어 즐겁습니다
내가 이 봄을 좋아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사랑하는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비
- 임은숙
넘치는 그리움입니다
벅찬 기쁨입니다
어둠의 긴 잠 깨운 그대라서
더욱 반가운 마음입니다
어쩌면 그대인 듯싶어
두 팔 벌려 맞이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기다림이 불러온 만남이라서
기꺼이 무지갯빛 낙원 속으로 뛰어드는지도 모릅니다
기다림에 말라버린 이 내 가슴
촉촉이 적셔주는 그대, 그대
길모퉁이를 돌며
- 임은숙
잠자리 날갯짓을 따라가면
그대 나타날 것만 같아
굽이굽이 모퉁이를 돌아
흔들리는 풀꽃 위에 내 그림자를 그렸지
꽃이 아름다운 건
그 속에 그대 향기 있음이요
그림자가 외로운 건
놓을 수 없는 그리움 때문인가
낯선 듯 익숙한 풍경 안에서
둘만의 꿈은
마냥 둥글어가고
손을 잡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은 늘 서로에게 닿아있는 우리에게
어디선가 전해지는
예언 같은 한마디
별이 그토록 눈부신 건
잡을 수 없는 거리 때문이 아니라
내일도 어김없이 떠오를 거라는 약속이라고
그대를 사랑함에
- 임은숙
그대를 사랑함에
부끄러움 없기를
벚꽃 잎 흩날리는 봄날이 가고
다시 낯설지 않은 계절 속에
나 홀로의 발자국 찍을지라도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지 아니하고
잎이 진다고
그대를 지우지 아니하고
꽃이 피면 피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그대를 바라보는 내 눈빛이
한결같기를
나를 향한 그대 눈빛을
흔들림 없이 마주볼 수 있기를
이슬 머금은 꽃잎 하나도
내 사랑처럼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함께 하는 행복도
때로는 아픔임을, 슬픔임을
맞잡은 두 손으로
모든 걸 헤쳐갈수 있기를
지상의 한 잎 사랑
- 임은숙
물같이 흘러
내 곁에 오신 님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입과
그대 모습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그대 향기 맡을 수 있는 코와
그대 속삭임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시여 고맙습니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님
세상 많은 것들 중에서
둘이 함께 하는 시간과
찬란한 그대의 미소와
진실한 그대의 마음을
그리고
내 작은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지상에서 유일한 그대를 소유하여 행복합니다
이제 해가 뜨고 지는 일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잔잔한 기쁨의 조각 쌓아가며
저녁노을 속에 아름다운 두 그림자로 서겠습니다
바보의 일기
- 임은숙
밤새 잘 잤냐고요?
천만에!
장밤
달리는 열차의 떨림으로
당신을 기다리지 않았던가요?
눈으로 전해지는 느낌만이 사랑이 아니라던
당신의 그 말 떠올리며
살포시 눈 감고
마음으로 느껴보려 애쓰지 않았던가요?
곁에 없어도 가까이 있는 듯한
그 느낌이 사랑이라기에
차거운 바람소리 들으며
당신의 빈자리 더듬지 않았던가요?
당신과 함께 장밤을
달리지 않았던가요?
노을빛 상념
- 임은숙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는
얼굴 없는 바람처럼
그대는 늘
예고 없는 보고픔으로 나를 울립니다
줄어들지 않는 그리움
비울 길이 없어
나의 하얀 밤을 숙명처럼 기다리며
새들이 날아간 텅 빈 숲에서
노을을 마주하고 두 팔을 벌립니다
문득 어디선가 나를 훔쳐볼지도 모르는
작은 새를 의식하며
긴 그림자를 남겨둔 채
황황히 숲을 벗어났습니다
내려오는 어둠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해질녘 무영(无影)의 길 위에 촘촘히 널어놓는
상념
하나하나가 투명한 그리움입니다
바보처럼 말이에요
- 임은숙
참 많이 좋아하죠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사람 말이면 무조건 따르지요
상식적으로도 아니다싶은 그런 일도
그 사람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참 많이 좋아하죠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사람 말이면 무조건 따르지요
사랑은 믿음이라고 한 말
그 사람 말이니까 무조건 믿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참 많이 좋아하죠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사람 말이면 무조건 따르지요
해님처럼 믿으면서 슬퍼도, 아파도
언제까지고 그 한사람만을 위하리라 다짐했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내 자존을 깡그리 버리고
한 사람만 바라보며 세상 끝까지
해바라기미소로 동행하리라 다짐했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바람 세차도
한결같은 내 마음이
햇살 포근한 어느 봄날
거짓말처럼 주저들었지요
내 머리를 기대기엔 너무나도 슬픈 그 어깨
우리의 영원은 너무나도 아득하다는 걸
문득 느꼈지요
그러면서도 헤어나올 수가 없었지요.
바보처럼 말이예요...
배경
- 임은숙
밤을 갈망하는 나와
빛을 기다리는 너
태양의 영원한 배경이
하늘인 것처럼
나의 배경은 언제나 너였다
이마를 적시는 것을
빗물이라 하고
뺨을 적시는 것을
눈물이라 이름하며
맑은 날에도
늘 촉촉이 젖어있는 나의 시간들이
조용히 감싸주는 너로 하여
충만해짐을 너는 알고 있을까?
나의 미소가
너에겐 기쁨임을
너의 기쁨이
나를 빛나게 하는 것임을
빛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는 한
어둠속에도
오늘을 완성해가는 설렘이 있음을
이제 갑니다
- 임은숙
봄바람처럼 감미로운 그대 숨결을 찾아
아득히 펼쳐진 먼 길을 떠납니다
눈부신 태양빛이 동행하는
그 길 위에 바람의 노래가 정겹습니다
어둡고 험한 숱한 날들을 거쳐
풍요의 땅, 그대 사랑이 숨 쉬는 곳
운명 같은 그대에게로 이제 갑니다
밀려오는 황혼빛 노을 속에
내 사랑의 나래 활짝 펼쳐
두려움 없는 몸짓으로 그대에게로 이제 갑니다
임은숙(任恩淑) 시인 :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하늘아,별아” “사랑디스크”출간
'▣ 감성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任恩淑 감성詩 모음[6] "작은 떨림, 그것은 사랑입니다" 외 (0) | 2020.12.20 |
---|---|
任恩淑 감성詩 모음[5] "바보들의 사랑이야기" 외 (0) | 2020.12.20 |
任恩淑 감성詩 모음[4] "사랑하기" 외 (0) | 2020.12.20 |
任恩淑 감성詩 모음[2] "아침이 오려 하네" 외 (0) | 2020.12.19 |
任恩淑 감성詩 모음[1] "물이 가는 길" 외 (0) | 2020.12.19 |